[발언대]조기유학 비난만 할일인가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요즘 들어 외국유학을 비난하는 보도가 종종 국내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대학진학에 실패한 수험생들의 탈출구로 이용된다든지 외화낭비에 불과하다는 등 유학이 매도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조기유학에 대한 시각은 더욱 부정적으로 보인다. 물론 조기유학은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므로 큰 모험인 셈이다. 자칫 잘못되면 좌절감에 빠져 문제아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실패한 사례만을 과장 소개해 「조기유학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면 생산적이라고 보기 어렵겠다. 한국의 교육 상황을 감안한다면 조기유학의 필요성도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성공적인 유학이 이뤄지도록 길을 찾아주는 편이 옳다. 누구에게나 꿈과 포부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종합성적이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학생은 기대하는 만큼의 발판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게 국내의 사정이다. 유학기회를 마련해 실력에 맞는 대학에서 원하는 학문을 전공할 수 있다면 한국의 국제화에 적극 참여할 능력을 가진 일꾼이 될 수도 있다. 뛰어난 학생이라면 세계의 명문학교로 진학해 우수한 학생들과 겨룸으로써 국제수준의 엘리트로 자라날 수도 있다. 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유학할 경우 그 외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기 힘들고 언어에도 숙달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학원으로 유학와서 학위를 마친 사람이라면 원서를 읽고 전문분야의 글은 쓸 수 있다. 하지만 영어를 제대로 어색하지 않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이 국제화되려면 한국과 외국을 함께 그리고 깊이 이해하는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 조기유학생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외국학생들과 함께 자라며 그들의 문화를 배우므로 그 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다만 필자가 만나 본 조기유학생들이 초기에 겪는 외로움이나 불안 스트레스는 대단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생의 학업과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는 보호자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보호자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나 학업수준 학생생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부모에게도 조언해야 한다. 생산적인 조기유학을 위해 정부가 보호자를 양성해 세계 곳곳에 심어 놓는다면 그들은 한국의 세계화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훌륭한 장학사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 윤 태 오 <美 남일리노이주립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