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교의 특정대 중심 진학지도가 여전히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 합격자수를 늘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적성에도 안맞는 전공을 선택토록 강요하는 것이다. 복수지원으로 다른 대학에 가더라도 서울대의 적당한 학과에 지원해 일단 합격자수를 늘려주도록 강요하는 실정이다. 해마다 문제가 되면서도 왜 고쳐지지 않는가.
문제의 책임이 일선고교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교육 주무부서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도 책임이 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많은 일선 교장들은 서울대 합격자수로 고교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세태를 한탄한다. 하지만 고교 교육의 성패를 가름하는 잣대로 서울대 합격자수를 따지는게 현실이다.
대학의 선택권은 자유로운 학문경쟁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이 선택권이 학생에게 주어져야만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대 중심의 진학지도와 언론보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갈수록 난망해지는데다 학생의 적성과 개성을 무시한 진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폐해는 이로 인한 대학의 경쟁력 약화다.
대학의 경쟁력 향상은 자유경쟁의 시장원리가 보장돼야만 기대할 수 있다. 즉 대학의 상품인 교육과 연구의 질이 구매자인 학생의 대학 및 학과선택과 일치해야 한다. 물론 대학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이 단순하지는 않다. 학교의 전통이나 졸업생의 활약도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실제 선택에서도 학생들은 개방화 선진화되고 있는데 반해 기성세대가 이를 방해하고 있기에 문제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대학교육협의회나 몇몇 언론기관이 대학별 또는 학과별 랭킹을 조사,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고교의 진학지도에서는 이처럼 변화된 랭킹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왜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가.
대학의 랭킹은 선진국에도 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매겨지는게 아니라 매년 변화하며 전공분야마다 다르다. 그리고 진학지도에서도 학생의 적성을 충분히 고려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대학들이 서로 경쟁을 통해 학생들로부터 선택받는 실정이다.
우리도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서 대학들이 상품인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때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향상된다.
대학 선택권은 당연히 학생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서 의 호<포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