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生物多樣性)의 날」이다. 지난 94년 제49차 유엔총회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회의의 추천으로 선포됐으며 올해로 두번째 맞는 날이다.
「생물다양성」이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자연생태계에 있는 △생물의 유전자 △종(種) △각 생태계의 수와 빈도 △변이(變異)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지구 생태계의 생물은 총 5백만∼3천만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학술적으로 기술된 종은 1백70만종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같은 생물자원이 알게 모르게 멸종돼 사라진다는 사실. 이는 자연생태계로나 인간에게나 분명 커다란 손실이다.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근본원인은 인구증가로 인한 생물자원의 남용과 다양한 산업 경제활동 때문이다. 이처럼 훼손이 계속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상을 가진 열대우림지역은 물론 20∼30년 안에 생물다양성의 25%가 사라지리라 예측된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제개발에 따른 생물다양성의 훼손은 심각하다. 학계에 따르면 식물 1백18종과 그 식물에 부속되는 종, 포유류의 20%, 조류의 13%, 나비류의 10% 정도가 멸종 또는 멸종직전으로 보고됐다. 조사에서 제외된 생물군까지 포함한다면 상황은 더욱 나쁘다.
문제는 이같은 훼손현상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물다양성이 감소되면서 생태학적 지위를 잃는 종이 늘어나면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먹이사슬이 끊어지게 된다. 결국은 생태계가 기능을 잃고 파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류는 생명유지를 위해 수없이 많은 생물을 식량 의약품 산업용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해 왔다. 따라서 생태계가 현상태로나마 유지돼야 인류의 지속적인 미래는 보장된다. 생물다양성의 보전 없이는 21세기의 장미빛 경제발전은 결코 성취될 수 없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의 「리우선언」도 인류의 생존과 존속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보전돼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된 국가만 해도 96년8월 현재 한국을 비롯해 1백58개국에 이르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인류가 생태계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지구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다시금 인식했으면 한다.
최 청 일<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