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학부제 도입에 따른 전공선택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교육개혁 방안의 하나로 시작된 학부제는 같은 계열의 여러 전공학과를 어문학부 공학부 사회과학부 자연과학부 등 큰 범주의 「부」로 나누어 놓은 제도. 신입생을 학부단위로 모집함에 따라 2학년 진급때 전공학과를 선택하게 한다. 이른바 학습자 중심교육의 실시라는 도입취지는 좋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개선책이 시급하다.
우선 전공학점의 4분의 1선인 최소전공인정 학점제의 도입에 따른 문제다. 이는 다전공 복합학문이 허용되는 환경에서나 가능하며 전공의 심화연구는 대학원에서 이뤄지는 소위 대학원 중심대학에 적합한 모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아직은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보기에 이른데다 학부제 도입에 대한 준비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2학년 진급생들이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기학과에만 몰리는 현상이다. 만약 어문학부의 전공선택이 영어영문학과에 편중된다면 머지않아 「영어영문학부」의 출현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반면 겨우 3,4명씩 지원하거나 선택학생이 전혀 없는 학과마저 있어 존폐위기에 몰리기까지 한다. 어떤 학문이든 연구할 가치는 똑같이 중요한데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문제는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학부제 전공선택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다. 97학년도 대학 신입생 모집과정에서 수험생들의 전공선택 문의가 빗발쳤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각 대학은 이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전공선택 기회를 두차례로 나눠 1차는 1학기 시작전에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임시 배정하고 한 학기를 공부한 뒤인 1학기말에 소속학부 교수와 학생의 면담을 통해 최종 배정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볼 수도 있겠다. 이 밖에도 1학년 전체성적을 기초로 전공을 선택하거나 계열별로 자유롭게 2개 전공을 선택케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단기적으로는 97학년도 2학년 진급생을 대상으로 오는 3월의 1학기 전에 편입생을 선발해 전공선택 미달학과의 결원을 보충하는 방안이 있겠다.
장기적으로는 각 대학이 신입생 모집요강에 전공선택에 대한 분명한 주석을 달아주어야 한다. 기왕에 시작된 학부제인만큼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육공급자의 부단한 노력과 교육수요자의 끊임없는 관심이 함께 요구된다.
이 선 우<한국외국어대 영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