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中동포 취업기회 확대해야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3분


최근 서울의 언론들이 중국 조선족 문제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드는 한편으로 또다른 걱정도 생긴다. 일부 파렴치한 사기꾼의 행각으로 조선족 동포의 공분이 유발되고 나아가 한국인 전체를 증오하고 불신하게 된다면 그 폐해는 어찌하겠는가. 현재 조선족 대부분은 할아버지대에 만주로 이주한 동포3세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혈통과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같은 민족으로 따뜻한 동포애를 받아야 할 실향집단이다. 해방후 반세기 동안 절연돼 있던 조선족의 모국교류가 시작된 계기는 韓中(한중)수교다. 이 수교는 동북3성이란 제한된 지역의 소수민족 사회로부터 시야를 넓혀 경제도약의 기회를 얻은 전환점이 되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거는 기대와 모국에 취업해 단시일에 경제자립을 이룰 수 있다는 욕망은 조선족 사회를 설레게 했다. 한국행 티켓을 따내 가난의 질곡을 단숨에 벗으려는 몸부림은 날이 갈수록 비등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모험들이 때로는 눈물겹게 때로는 걱정스럽게 전개돼 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코리안 드림」의 대열에 끼지 못하면 뒤진다는 초조감이 숱한 폐해를 낳았고 이는 서울의 언론들이 보도하는 내용보다 훨씬 심각하다. 동포들의 열망을 미끼로 사기꾼이 등장하고 수많은 조선족 가정이 파탄지경에 놓인 결과는 안타깝고 통분할 일이다. 물론 이를 집중적으로 고발하는 보도는 공동반성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분명 큰 의의를 지닌다. 그렇지만 갈등의 조성보다는 화합의 실마리를 푸는데 더욱 비중을 두는 게 어떨까. 한국인과 조선족이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화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으면 하고 제언한다. 조선족 문제와 관련해 현장에서 느끼는 최선의 정책은 과감한 포용과 개방이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누구든지 모국에서 일하며 배우고 돈을 벌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조선족이 중국사회에서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부상하도록 적극 도와주는 게 국가이익에도 직결된다. 조선족 동포들의 취업기회를 개방한다면 코리안 드림은 만개할 것이다. 죽음을 무릅쓴 불법입국의 모험도 사라지고 가산을 탕진하는 비극도 없어진다. 우리 문화와 혈통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동포들이 모국 땅에서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냉대받아서는 안된다. 이 종 기<中천진상영유한공사 총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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