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5시경부터 범대위 집회를 마친 일부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세운상가 앞 왕복8차로를 점거한 채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전경들에 맞서 투석전 공방을 벌이자 도로 양편에 모여있던 일부 시민들은 함성을 지르며 시위대를 격려하는 모습.
길가에 나와있던 시민들은 전경들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자 『폭력경찰 물러가라』 『최루탄 한발 가격이 얼마인데 함부로 쏘느냐』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이날 시위는 오후5시경 집회를 마친 범대위 지도부가 노동법 철폐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가두행진을 시작하려 할 때 뒤쪽에서 지하철노조원과 한총련소속 대학생 등 5백여명이 차량을 가로막은 채 세운상가 앞 도로로 뛰쳐나오면서 시작.
이후 시위대와 학생들은 종묘공원을 중심으로 종로3가와 종로5가 사이를 오가며 돌과 최루탄으로 밀고당기기식의 공방을 계속.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돌과 최루탄의 공방이 시작되자마자 종묘공원 일대의 상가들은 속속 문을 닫기 시작.
종묘공원 주변 한 식당주인은 『주말에는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식당이 북적댈 때인데 오늘 장사는 다한 것 같다』며 울상.
○…이날 종로에서 시위를 벌인 파업노조원들과 각 사회단체회원 학생들 중 약 3천여명은 오후 7시반경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명동성당으로 들어가 현장에서 장기농성중인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합류해 개정노동법을 한 목소리로 규탄.
시위대는 집회에서 명동성당 양편에 진을 친 경찰을 향해 일제히 구호를 외치고 대형스피커를 통해 노동가를 트는가 하면 수백개의 각종 노동조합 깃발을 휘날리며 투쟁결의를 다지기도.
○…명동성당에 들어간 시위대 3천여명은 오후 7시경부터 2시간동안 즉석에서 집회를 개최.
裵範植(배범식)자동차노련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수대원 1백여명이 호위하는 가운데 『국제 노동기준에도 못미치는 노동법을 날치기 처리해 노동자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맹렬히 규탄하자 참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박수로 호응.
참가자들은 경찰이 쏜 최루탄가스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추위로 언 손발을 비비면서도 집회장소를 떠나지 않는 등 단결을 과시.
○…명동성당 주변에서는 11일 「서총련학생들이 밤새 쇠파이프를 들고 돌아다니며 노래와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金壽煥(김수환)추기경이 민주노총측에 나가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그러나 명동성당 洪近杓(홍근표)수석신부는 이같은 소문을 공식부인했으며 민주노총측도 『성당과 민주노총측을 이간질하려는 음모』라고 일축.
○…명동성당측은 주말에는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기 때문에 경찰과 민주노총측이 대치를 자제해 줄 것을 기대했으나 성당구내가 시위장소로 변하자 매우 당황.
洪近杓(홍근표)명동성당 수석신부는 『당장 주일 아침 미사에 참석할 신도들이 최루가스와 쓰레기로 뒤범벅이 된 성당구내에 들어설 일을 생각하니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성당관계자들과 함께 대책마련에 부심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는 듯 답답한 표정.
〈宋平仁·韓正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