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具滋龍 기자」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비무장지대내에 있는 작은 무인도 유도(留島). 남북한 어느 쪽에서도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이 섬에 고립돼 있는 황소 한마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도에 있는 황소는 작년 홍수 때 북한에서 떠 내려오다가 유도에 상륙한 소 두 마리 중 살아남은 한마리. 이 황소는 혼자 외롭게 무인도에 갇혀 살고 있는데다가 먹이도 모자라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 처지에 빠져 있다.
이같은 사정을 안 경기도 김포군(군수 劉正福·유정복)은 최근 『북한측과 의논해 유도에 암소 한마리를 넣어주고 먹이를 주어 문제의 황소를 살리겠다』고 나섰다.(본보 1월9일자 37면 보도)
김포군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북한 개풍군측에 『양측이 합심해 유도를 한우 자연번식지로 조성해 남북통일의 상징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김포군은 이를 위해 조만간 통일원에 남북접촉승인신청을 할 예정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환경부가 김포군의 계획에 정면 반대하고 나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환경부는 13일 국방부 통일원 김포군 등에 보낸 공문에서 『유도에는 천연기념물(205호)이자 세계적인 희귀조인 철새 저어새 4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이 전문가들의 망원경 관찰결과 등으로 확인됐다』며 『가로 8백m 세로 4백m에 불과한 좁은 섬에 소가 계속 살게 되면 그동안 잘 보존돼 온 철새 서식지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김포군의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朴鍾建(박종건)자연보전국장은 『유도는 지뢰밭인데다 비무장지대여서 수십년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갈매기 백로 왜가리 등 철새가 찾아오는 등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라며 『만약 소를 방목하게 되면 우도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金俊鎬(김준호)서울대명예교수는 『현재 살아남은 소 한마리로도 좁은 섬의 식물군집이 황폐화하고 있다』며 『유도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현재 살아있는 소도 하루빨리 육지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