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검거후 투쟁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14, 15일 양일간 시한부 총파업을 벌인 한국노총의 경우는 도시철도공사 등 핵심노조가 아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시내버스 등의 파업도 지지부진, 결집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당초 예정대로 16일부터 정상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던 민주노총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이길 수 있는 싸움」이란 자신감을 얻으면서 공권력 투입 이후의 파업지휘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權永吉(권영길)위원장은 명동성당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몇몇 핵심 지도부는 이미 성당을 벗어나 공권력 투입 이후의 투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 『경찰의 물리력에 힘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경찰 투입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놓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측은 『설사 현 지도부가 모두 검거되더라도 당장 민주노총 와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2, 제3, 제4의 지도부가 계속 구성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 金泰炫(김태현)기획국장은 『민주노총은 하부조직이 탄탄하기 때문에 지도부 몇명이 검거되더라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지도부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권위원장 같은 온건성향의 인물이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공권력 투입 이후의 제2지도부는 명동성당과 같은 「보호막」 없이 은신하면서 파업을 이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지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거리로 뛰쳐나오는 투쟁방식을 택하게 되리라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주노총측도 지도부가 검거되면 즉시 파업과 함께 가두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노조의 경우에는 지도부 검거시 즉각 종묘공원으로 집결하라는 지침이 시달됐다는 것.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더이상 공권력 투입을 미룰 상황도 아니다. 그럴 경우에는 지하철 부분파업 등 「완급조절」에 들어가 파업국면이 장기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각계에서 노정(勞政)간의 정면 충돌을 우려, 대화를 촉구하며 수습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여기에 기대를 걸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양측이 서로의 체면을 살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도 그에 필요한 막후 협상 핫라인이 이미 오래전에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법개정 국면에선 청와대사회복지수석실과 민주노총 지도부간에, 파업초기 국면엔 노동부의 모국장을 매개로 노동부장관과 지도부간에 대화채널이 있었지만 이미 다 끊어져 버렸다.
설사 대화채널이 이어져 정부가 「상급단체 복수노조 즉각 허용」 등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양보안을 내놓는다 해도 이제와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참여한 일선 노조간부나 조합원의 가장 큰 요구사항인 정리해고와 변형근로제를 그대로 두고 파업을 풀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정부는 공권력 투입후 사태가 더 악화되면 2, 3차례 더 공권력을 투입해 계속 강경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李基洪·李明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