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중소기업채용박람회」 개막 첫날인 17일, 무려 8만여명의 취업희망자가 몰린것만 보아도 최근 고용불안 상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 입사시험에 낙방한 대졸자와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 등 신규 취업희망자는 물론 지난해 감원사태로 실직한 조기퇴직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작년에 처음 선보인 중소기업채용박람회 때도 비슷했다. 작년 한햇동안 개최된 일곱번의 각종 채용박람회에 몰려든 취업희망자는 1백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취업의 좁은 문을 통과한 사람은 2만여명에 불과했다.
작년 하반기를 고비로 취업의 「좁은 문」과 실업의 「넓은 문」이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온 실업률이 작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올 실업률은 93년이래 가장 높은 2.5%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전체 실업자는 지난해 42만명보다 11만명 늘어난 53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실업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고용구조의 큰 변화다.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가 크게 줄고 남성과 대졸자 취업이 눈에 띄게 둔화된 반면 도산매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업과 이들 업종의 여성취업자가 늘고 있다. 이는 국가경제력의 약화와 국민 복지수준의 저하를 의미한다.
최근의 고용구조 불안은 직접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감량경영과 신규채용 축소 탓이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났고 산업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산업을 고부가가치 고생산 저비용구조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한계기업의 정리와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다.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늘고 있는 것도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앞으로 새 일자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전직과 재취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에 따른 파업의 장기화가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파업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실업자가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고용안정의 중요성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고용이야말로 복지사회의 기본이며 국민의 생활안정과 직결돼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은 사회의 안정과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 고용안정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채용박람회에 몰린 구직 인파에서 우리는 노동법개정과 관련한 파업사태가 하루빨리 끝나 기업경영과 생산활동이 다시 활기를 되찾아야 할 당위성을 새삼 발견한다. 우리는 아직 실업을 감내할 사회복지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