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수요일파업」선회]대화분위기 맞춰 수위조절

  • 입력 1997년 1월 19일 19시 43분


「李基洪 기자」 민주노총이 총파업 돌입 25일만인 20일부터 전면파업을 중단하고 매주 수요일에만 파업키로 한 것은 「노동법 투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金壽煥(김수환)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들의 중재로 최근 정부 여당내에 온건기류가 형성된 점을 감안해 투쟁수위를 낮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온건기류에 화답해 투쟁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유도, 정부가 명동성당내 경찰력 투입 등 강경책을 택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종교계 시민 학계 재야단체에 이어 지난주말부터 야당도 장외투쟁에 동참함으로써 민주노총이 바라던 「범국민적 공동투쟁전선」이 형성됐다는 점도 이번 「수요파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노총이 일시적으로 파업을 중단하더라도 노동법 반대운동이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요컨대 당분간은 TV토론 등 대화공세만으로도 정부 여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계산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물론 장기파업에 따른 사업장 현장의 「파업역량 저하」라는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했지만 그 보다는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상황변화가 투쟁수위 조절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최근 주요 사업장의 파업참가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 파업열기가 수그러지자 대책마련에 고심해왔다. 한편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담을 의식, 파업 대신 토요집회 등의 투쟁방식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전문가들은 당초 파업역량이 소진되면 민주노총이 「여력(餘力)을 총동원해 정부와 정면충돌, 옥쇄(玉碎)」하는 길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면 충돌」 대신 「작전상 후퇴」를 택했다. 파업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로 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수요 부분파업」을 이어가다가 내달 18일부터 다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이전에 정부여당이 어떤 식으로든 수습책을 내놓을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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