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 정보화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변화의 물결은 높고도 빠르다. 변화를 선도할 개혁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흘러간 어제의 잣대로 오늘을 판단하는 행태가 여전히 되풀이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행태의 대표적 사례로 「텃세」를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규제완화가 말로는 강조되면서도 실제로는 지지부진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손안에 든 기득권을 한사코 놓지 않으려는 관료조직과 이해집단들의 텃세 때문이 아닌가 한다.
권력이나 이윤의 독점욕에서 텃세가 생겨난다고 한다. 텃세는 또 부패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경제적 정의실현과 경쟁력 강화는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불가침의 「텃세 성역」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거나 추진돼야 할 때마다 발목을 잡곤 했다. 그 대표선수 격으로 관료집단과 정치권 및 재벌기업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같은 「철의 삼각구조」가 온존한 채 진행되는 개혁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 살을 깎는 고통과 진정한 변화의 노력 없이 무엇을 요구할 수 있으며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그 질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회 곳곳에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텃세의식 텃세행태가 만연해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노동조합도 결코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고용절대주의 파업투쟁 일변도의 텃세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개혁의 기관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온통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새로운 형태의 재벌 텃세 넓히기가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정부 관료와 금융계 인사들이 금융개혁의 목표와 내용보다는 빅뱅이냐 스몰뱅이냐, 내 자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텃세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라면 과장된 말일까.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대화에 의한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개악이 아닌 개혁을 지향한다면 그간 드러난 노동법의 문제점 등을 보완해 경쟁력 향상과 사회경제적 정의실현을 조화시키는 참 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기업인이든 근로자든 남의 허물을 들추기에 앞서 자기 쪽에 잘못은 없었는지 먼저 반성할 일이다. 이야말로 경쟁력 강화와 경제회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김 덕 수<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중앙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