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가 난 중소주택업체가 지난해만 해도 무려 1백79개사나 됐다. 이틀에 하나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올해도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와 비슷하다거나(54%) 더욱 악화되리라(37%)고 응답한 업체가 91%나 됐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외국주택업체의 지사설립이 허용되고 주택공급사업도 개방된다. 중소주택업체의 앞날이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사업기획력과 마케팅을 강화해 「경쟁력 10% 높이기」를 추진하려 해도 비용이 든다.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처지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돈 안들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은 있다. 바로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물론 정부도 그동안 나름대로 규제완화를 추진해 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로서는 미흡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규제개혁과 관련한 업체의 수요를 정부가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주택업체가 요구하는 규제완화 우선순위는 △행정절차 △분양가격 △주택규모의 의무공급비율 △택지공급 △여신규제 순으로 나타났다. 또 주택건설 사업승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법적 절차상 필요없는 문제해결 요구 △무리한 기부채납 요구 △공무원의 불필요한 행정지연 순으로 꼽혔다. 특히 사업계획승인과 각종 인허가를 포함한 행정절차의 개선은 주택업체들이 하나같이 규제완화 1순위 과제로 지적했다.
주택건설과 택지개발은 합리적인 토지이용을 위해 인허가 절차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인허가를 받는데 걸리는 기간만 1.5∼2년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사업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자금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가 시급하다.
사업계획 승인과 관련해 도로 상하수도 하수종말처리장 등 간접시설의 설치비용을 민간주택업자에게 무리하게 떠안기는 관행도 시정돼야 한다. 더구나 이 부분은 표준건축비에도 포함되지 않아 분양가격에도 반영되지 못하므로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효성있는 규제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면 민간이 진정 원하는 부분이 뭔지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법적 제도적 차원을 넘어 행정관행과 의식의 개혁 차원으로 승화돼야 한다.
정 상 태<㈜태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