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고문변호사직에 은행 법률실무와 별 관련이 없는 거물급 또는 유명법조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일은행의 고문변호사직을 맡고 있는 사람의 면면을 보면 李忠範(이충범) 許正勳(허정훈) 韓永錫(한영석) 咸承熙(함승희) 金淇春(김기춘) 鄭亨根(정형근) 金慶會(김경회) 金榮馹(김영일) 柳吉善(유길선)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모두 李喆洙(이철수) 전행장이 재임할 때 위촉됐으며 대부분 이전행장과 같은 경남 출신인 점이 특징.
이전행장은 자신의 사촌동생도 제일은행 고문변호사로 임명했다.
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실무자들은 이들의 전문분야가 은행의 법률실무와 별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이전행장이 예우차원에서 고문변호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변호사는 충북출신으로 지난 93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중 거액수임료로 물의를 일으켜 해임된 인물.
이변호사는 지난 94년 한약업사 로비사건과 관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와의 관계가 세간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허변호사는 현재 한보그룹의 고문변호사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91년 수서사건에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변론을 맡으면서 한보그룹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변호사는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취임때 청와대민정수석에 발탁된 뒤 임기말에는 법제처장을 지냈다.
한변호사는 12.12고소고발사건과 全斗煥(전두환)―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에서 노씨 변론을 맡았다.
함변호사는 지난 93년 동화은행장 비자금사건 주임검사로 당시의 수사과정을 기록한 「성역은 없다」라는 저서에서 정치권과 연결된 거액의 비자금 일부가 Z그룹 명의로 실명전환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함변호사가 말한 Z그룹이 바로 한보그룹으로 묘한 인연.
김기춘변호사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냈으며 정변호사는 안기부1차장을 지낸 뒤 현재 신한국당의원으로 활동중이다.
또 김경회변호사는 부산고검장을, 김영일변호사는 청와대사정수석비서관을, 유변호사는 대검 강력부장과 감사위원을 역임했다.
제일은행측은 『이들 고문변호사들이 제일은행의 법률자문을 하거나 소송을 맡아 수행한 적은 거의 없으며 월고문료 30만원외에 별도의 예우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千光巖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