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재활용기술 개발 늦출수 없다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재활용」이라는 구호와 총론만 있을 뿐 「어떻게」라는 각론은 없지 않나 생각된다. 사실 TV토론이나 교양강좌에 나와 재활용에 대해 1시간 정도 거뜬히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많다. 그러나 여전히 총론 수준에 머물 뿐 처리기술이나 처리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재활용에 대한 연구나 접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재활용 기술까지 선진국들이 선점하거나 독점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만약 모든 수출품에 일정 비율의 재활용품 사용의무를 부과한다면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우선은 생산단계부터 설계 재질 포장 등에서 재활용을 고려하는 구체적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단계에서도 실정에 맞는 합리적 재활용 방법과 제도의 적극적인 개발 보급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처리과정의 구체적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알뜰한 재활용이 이루어지려면 크고 작은 또는 미미한 민간 재생업체들이 사회 곳곳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한다. 마치 다양한 동식물, 심지어 미생물까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자연 생태계처럼.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의 재활용 업체들은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다. TV를 만들고 유산균음료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아니라 고작해야 가족단위로 운영되면서 폐가전제품을 분해하고 빈 유산균음료 통을 녹이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들에게 구체적인 재활용 기술의 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생산자와 소비자에게만 의무를 전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환경친화적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생산자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거나 그렇게 하도록 사회가 권장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가 고도화된 국제경쟁시대에 덮어놓고 생산자에게 재활용 효율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주부들에게 더이상 「규율」만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산자나 소비자의 환경의무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재생기술과 시스템의 적극적인 개발이 앞서야 한다. 각론적인 재활용 기술의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환경부문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재활용 연구에의 도전의욕을 고취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김 혜 태<자원재생공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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