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교통사고를 남의 얘기로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다. 교통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대중매체를 통해 끔찍한 사고 소식에 접하더라도 『나는 아닐거야』 하며 지독한 불감증을 나타내기 일쑤다. 사고현장을 보고도 5∼10분만 지나면 여전히 과속과 법규위반을 일삼는다.
하지만 「나만은 예외」라는 생각을 결코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 우리의 교통현실이다.
경찰청이 공식집계한 95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물적피해를 제외하고도 24만8천8백65건의 사고가 발생해 1만3백23명의 사망자와 33만1천7백47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연간 교통사고 사상자수가 국민 1백32명에 1명꼴인 셈이다. 평균수명을 75세로 보고 평생동안 교통사고 사상자가 될 확률을 계산해보면 57%나 된다.
즉 국민 5명 중 3명은 일생동안 한번은 교통사고로 부상하거나 숨진다는 계산이다. 누구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상 확률은 더 크다. 95년말 현재 자동차 등록대수는 8백47만여대인데 이 가운데 24만대 이상이 인명사고를 일으켰다. 즉 자동차 34대 중 1대 꼴이다.
물적피해까지 포함할 경우 사고의 가능성이 몇배 이상 되리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생각된다.
교통사고는 사람 자동차 도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 가운데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핵심요인은 아무래도 운전자쪽에 있다. 학계에서도 교통사고로 인한 재해의 원인이 대체로 인간의 불완전한 행동에 있다고 보는게 정설이다.
95년의 경우 사고원인을 보면 △안전운전 불이행 54.5% △중앙선 침범 6.9% △음주운전 6.2% △신호위반 5.5% △안전거리 미확보 5.2%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5.2%의 순이었다.
여기서도 교통사고의 상당부분은 운전자의 부주의 및 법규위반에 기인함을 쉽게 알 수 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면 교통안전시설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성숙한 교통문화 정착이 요구된다. 이기심 조급증 경쟁심리 등 나쁜 운전태도를 고치고 여유와 양보, 준법운전습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자신의 운전태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개선하려는 「열린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문태학<도로교통안전협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