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제발전을 흔히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강변에 서면 성곽을 이루다시피 겹겹이 솟은 고층아파트들로 누구든 숨이 턱턱 막힌다. 급속한 성장 위주의 개발정책으로서울등대도시는 이미 콘크리트 숲을 이룬지 오래다. 농어촌 지역에까지 고층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재개발이다 재건축이다 하며 초고밀 초고층화로만 치닫고 있다. 도시가 숨쉬기조차 곤란해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면 슬럼화는 필연적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엄청난 건축폐기물은 오늘의 음식물 쓰레기 못지않게 큰 사회문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건축업자들 사이에는 철거비 부담 때문에 집을 못짓겠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년여 전만 해도 서울의 낡은 단독주택을 헐어내고 새로 지으려면 평당 철거비가 1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2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94년말 난지도 쓰레기처리장이 폐쇄되고 김포로 옮겨가면서 운송비가 대폭 늘어난데다 t당 1만4천4백70원의 건축폐기물 처리비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철거비가 공사비의 10%선에 이를 정도로 주요 투자항목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쓰레기매립장의 처리능력도 언젠가는 한계에 이르게 마련이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전국 곳곳에 건축 폐기물들이 불법으로 매립되고 있다. 끝내는 토양과 수질이 더욱 오염되고 우리들 삶의 터전이 피괴되는 위기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이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도 올해안에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건설폐자재 재활용 확대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술의 뒷받침이 없는 실정이어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과제는 환경친화적인 건축소재를 개발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땅속에서 분해 부식돼 흙으로 바뀌는 천연소재의 콘크리트 벽돌 등의 체계적 연구 개발을 들 수 있겠다. 필요하다면 전문연구기관도 설립해야 한다. 또 철거된 건축자재의 재활용 방법도 연구 검토해야 한다.
건축재료는 건축기술의 근본이며 이는 그 나라의 전반적인 과학기술 수준과 직결되게 마련이다. 과학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당연히 미래의 건축도 인간과 주변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종호<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