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과소비 4敵추방」 국민적 동참을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0분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꼭 세계무대에서 재능을 떨쳐 나라의 이름을 빛내는 거창한 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작지만 향기로운 방법도 많다. 공공장소에서 줄을 서거나 거리에 침을 뱉지 않는 등 조그만 실천을 통해서도 나라사랑은 가능하다. 작은 실천이 모여서 큰 공감대를 만들 때 더욱 빛이 나고 위력도 있다. 전국의 3백만 유흥업 가족이 뜻을 모아 지난달 말부터 펼치고 있는 「과소비 4적(敵) 추방운동」 역시 이같은 소박한 나라사랑의 한 방법이다. 외산담배 취급 안하기, 수입양주 판매 안하기, 수입농수산물 사용 안하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의 실천이 주요내용이다. 그동안 과소비의 대명사로 인식돼온 유흥업계가 마치 「제살 깎아먹기」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고서는 유흥업계의 호황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회생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다. 외채공화국이니 무역적자국이니 하면서도 여전히 수입만능주의에 빠져 흥청망청 외화를 낭비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한해만 해도 외산담배 연기로 날아간 돈이 6천억원, 수입양주로 사라진 돈이 1천7백억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그 주요 소비처가 유흥업계라는 점이 더욱 이 운동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얼마 전 우리는 팀 홈스 영국대사로부터 항의서한을 받았다. 유흥업계가 펴고 있는 「과소비 4적 추방운동」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들을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항의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는 일단 기뻤다. 작은 나라사랑 운동이 이처럼 관심을 모아간다면 결실도 알차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호응과 참여다. 유흥업은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서비스업이라는 근원적인 한계 때문이다. 수입양주와 외산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아무리 외쳐도 손님들이 외제만 고집한다면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운동에 참여한 일선업주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어려움도 바로 그런 점들이다. 업계의 노력이 한낱 전시성 일과성 연극이나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국민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을 보일 때 나라경제는 회생되고 우리의 미래 또한 밝게 다가올 것이다. 소박한 실천이야말로 「작지만 큰 나라사랑」이 아닐까 한다. 오호석 <유흥음식업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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