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업체를 방문하는 몇몇 교수들을 만나보았다. 매년 4,5회씩 하는 일이긴 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경제 침체속에서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제자들의 취업을 도우려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대학이 이미 여러해 전부터 실시하는 공통된 일이긴 하지만 고고하고 엄숙하게 연구에 열중하는 백발성성한 과거의 교수상과는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일이아닐수없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대졸 취업자의 공급이 수요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 이러한 공급과잉속에서 교수들이 자신의 품속을 떠나 사회로 진출하는 제자들을 도우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신입사원 채용의 허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른바 서울에 소재하는 서울대학이 아닌 지방대학의 졸업생은 너무나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래도 지방대학 출신은 대도시 출신보다 투박하고 덜 세련되게 보이나 보다. 또 기업도 초를 다투는 경쟁속에서 아직 서울 지리도 잘 알지 못하는 지방대학 출신 학생은 아무래도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 상황이다. 비록 출신지역 출신학교의 벽을 허물었다고는 하지만 신입사원 채용심사 때 지방대학 출신 학생의 서류는 보지도 않고 불합격 쪽으로 집어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들의 경쟁력이 과연 그렇게 약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오늘날 대학의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굳이 타대학을 거론할 것 없이 나는 우리 대학의 예를 들어 지방대학 출신 학생들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들을 우리사회의 역군으로 추천하고 싶다.
몇년 전부터 대학교육협의회와 주요 일간신문들이 매년 대학교육 종합평가를 실시해 오고 있다. 이 평가에서 우리학교는 도서관 전산화 예산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종합 10위권을 꾸준히 지켜왔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어떻게 단순히 지방대학 출신이라고 하여 경쟁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교수들이 제자들을 자신있게 추천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대에 「참인재」많아▼
이제 입장이 다른 기업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3년전 전국 종합대학총장회의에 모기업 회장이 기업인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 우리 기업에는 최고의 지식과 학문과 기술을 갖춘 개인주의자보다는 조직의 질서를 지킬 줄 알고 동료와 협동할 줄 알며 팀워크를 맞춰나갈 줄 아는 참인간이 필요하다. 어차피 첨단 기자재를 사용하는 기술이나 새로운 이론은 입사 후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신이론이나 기술의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직장을 내집같이 사랑하고 일해나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그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젊은이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나는 순수하고 투박한 지방대학 출신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품성이 있고 팀워크를 이룰 줄 아는 협동심이 있으며 투박하지만 정직한 도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사회에는 우리들이 배출한 훌륭한 인재를 평등하게 선발하는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 이 보배들을 자기의 자리에 꿰어주기 위해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스승들이 나서는 것이다. 무엇보다 훌륭한 인재를 차등 없이 감싸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하서현<강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