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노동법 안기부법 사태와 한보사건 등등의 위기상황에서 민심 달래기로 이번 3.5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에서 뚜렷한 점은 과거와 달리 특정지역의 인사 편중을 배제한 흔적이 엿보여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번엔 특정대학과 특정학과에 대한 편중이 두드러져 아쉽다. 특히 고건총리를 비롯한 3.5개각의 새 얼굴들이 서울대 출신 일색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1명의 새얼굴들 중 9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또한 28명의 전체 내각인물들 중 서울대 출신이 16명이고 그중 법대 및 정치과 출신이 9명이다.
물론 대통령이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각료도 서울대로 채웠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요즘의 한국 사회는 학벌과 간판주의, 학과의 서열화 등이 심하다. 이렇게 특정 대학이나 특정 학과 위주의 편중인사를 단행한다면 앞으로 국가의 장래는 어둡다. 모든 사람들이 특정 대학에서 특정 학과를 이수해야 한다면 누가 다른 대학과 다른 학과에 지원하겠는가. 이는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타파해야 할 한국병인 것이다.
이번 개각의 새 얼굴들이 마치 「서울대 나라」에서 온 「서울대 공화국 사람들」인 듯해 입맛이 씁쓸하다. 하지만 총체적 위기에서 중책을 맡은 분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거는 바는 크다. 앞으로 인사권자는 특정지역 특정대학에 편중된 인사는 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주었으면 한다.
김경주(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