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현장에서]삼성그룹 「오렌지연구회」

  • 입력 1997년 3월 9일 09시 20분


[한정진 기자] 직장인들이 신세대의 문화와 세태를 연구하기 위해 모였다. 이른바 「오렌지연구회」. 삼성물산 삼성데이타시스템 삼성경제연구소 등 삼성계열사 20대 신입사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오후 4시로 빨라진 퇴근시간을 이용,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만 18∼24세의 신세대를 집중연구하기 위해 신세대문화를 대표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홍익대앞, 신촌 록카페를 찾아다닌다. 점잖은 양복과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반바지 샌들 선글라스 야구모자 등 신세대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신세대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록카페 등을 찾아가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특별한 주제없이 토론회를 연다. 여기서는 신세대들이 좋아하는 색깔 취미 분위기 등은 물론 팔 다리 배꼽에서 발까지 신체 부위별 특징 등의 자료를 교환한다. 이러한 자료가 제품개발에 이용되기도 한다. 신세대의 30%정도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좌우양쪽문이 열리는 「양측개폐냉장고」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 오렌지연구회는 지난 94년 1월 삼성물산이 지원하는 직원들의 동아리인 「관심분야연구회」의 하나로 출발, 지금은 계열사직원 등 17명이 모여 있다. 아무나 이 모임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장이 가입 희망자들을 면접, 신세대 문화를 이해할 만한 「재목」인지를 심사숙고한 뒤 결정한다. 「오렌지족」이 즐겨찾는 값비싼 유흥업소를 출입하다보니 「자금난」을 겪기도 하고 동료와 가족들로부터 『너무 튀지않느냐』며 눈총을 받기도 한다. 鄭德任(정덕임·26·여·삼성데이타시스템)회원은 『지난 1년동안 신세대들을 만나고 다닌 결과 이들이 가장 듣기싫어하는 말은 「내가 옛날에는 말이야」 「시키는 대로 해라」 「요즘 애들은」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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