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이기진·지명훈기자】 주말인 8일 밤11시경 충남 당진군청앞 읍내리. 여느 때면 취객들로 통행마저 불편했던 번화가가 파장무렵의 시골장터처럼 적막감이 흘렀다.
『아가씨 열명 중 여덟명을 내보냈는디 손님이 통 없슈』
셔터를 내리던 한 유흥업소 주인은 한 잔이라도 더 팔려고 단속경찰과 숨바꼭질하던 때가 오히려 그립다고 말했다.
읍내파출소 金正書(김정서·34)경장도 『취중시비로 파출소를 찾는 사람이 뚝 끊겼다』며 한보부도사태이후 변한 세태를 설명했다.
거리를 나뒹구는 타블로이드판 지역신문에는 「당진경제를 살려라」라는 호소기사가 가득 메워져 있었다.
한보부도 50일째를 맞는 당진지역의 「경제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져 지역분위기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만나는 지역기업인마다 정부의 지원약속이 「말잔치」로 끝난데 대한 허탈감으로 가득차있었다. 당진기업인협의회 사무국장 崔治運(최치운·49)씨는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없다』며 『한보어음이 집중적으로 만기도래하는 오는 24일전후가 당진경제의 최대고비』라고 말했다.
9일 현재 한보자금지원단이 한보협력업체의 자금마련을 위해 발급한 채권확인금액은 8백37억원(5백18건). 그러나 이중 8백억원은 담보와 보증인을 요구하는 은행측의 요구를 채우지 못해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한보어음과 채권확인서만으로 대출해준다고 하더니 은행에 가면 「뭘 믿고 대출을 해주냐」는 소리뿐유. 대기업에게는 수천억, 수조원씩 쏟아붓고 우리같은 영세상인에겐 1천만원도 안푸니…』
항만건설용 원석을 공급하기 위해 10억원을 투자했다는 신우건설의 李英敏(이영민·46)전무는 『이대로 가다간 몇개월을 못 넘길 것 같다』며 울먹였다. 지난 5일 한보협력업체인 대원공업의 부도는 대규모 부도행진의 신호탄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대책만 믿고 소리없이 기다려온 영세상인들은 이제 실력행사에 들어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삼화식당 金世煥(김세환·50)씨는 『한보나 정부가 조만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보직원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의 판매를 정면중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