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발표한 제7차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은 우리 교육의 지난날 병폐를 인정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고자 하는 결의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와 학생들에게 재량과 자율권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이른바 「열린 교육」으로 한걸음 다가서고 있어 일단 방향은 옳게 잡은 것 같다.
미국이나 영국 등 교육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각급 학교 교과과정의 초점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맞춰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동안 우리 교육은 대학진학을 겨냥한 고질적인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게 하고 고등학교의 문과 이과반 구분을 폐지한 것 등은 우리 교육 정책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학생중심으로 전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초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작은 변화일 수 있으나 우리 교육이 보다 창조적이고 개성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어느 고정된 틀에 맞춰진 인물보다는 어떤 상황에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간상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목표에 다다르려면 전문교사 확보와 시설확충, 교재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능력이 비슷한 학생끼리 반을 편성해 각기 다른 내용의 수업을 받게 하는 수준별 교육은 기존 평준화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된다. 중고교 평준화 정책에 따라 수학능력과 학습수준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게 된 이후 학생들 본인은 물론 교사나 학부모들은 교육의 효율성에 대해 많은 이의를 제기해 왔다. 아울러 교사들이 중간수준에 맞춰 수업을 하자니 결국 도토리키재기식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거 여러차례 시도했다가 부작용만 남겼던 우열반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도개선만으로 하루아침에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이 이뤄질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 교육정책이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수없이 달라지면서 매번 시행착오가 거듭됐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교육전문가나 학부모들이 꾸준히 건의하고 요구한 사항을 많이 반영했고 그 내용 또한 상당히 혁신적이다. 창조적인 한국인을 길러내는 새로운 교육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는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이번 개정안은 올 연말께 확정 고시되기 때문에 아직 보완할 시간은 넉넉하다. 교육당국은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에야말로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