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명훈기자] 10일 오전 4시 대전 나사렛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전자공학과 朴眞奭(박진석·36)교수의 빈소.
수재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자신의 실력이 모자란다고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교수의 빈소에는 『어떻게 쌓은 실력인데 피워보지도 못하고…』라는 탄식의 소리가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부인 宋모씨(33·대전H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아직도 남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이따금 벽에 기대어 오열했다. 박교수의 아버지(63·중기회사 회장)와 어머니 徐모씨(62)도 「수재 아들」의 비명(非命)에 넋을 잃고 있었다.
박교수는 자신의 비관과는 달리 누구 못지않은 수재.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뒤 JPL, 인텔 등 세계적 권위의 위성추진체 및 반도체칩 회사의 연구원을 지냈다.
그는 연구원 시절 MIT의 교수도 연간 3편이상 내기 어렵다는 논문을 11편 이상씩(5년간 56편)발표, 과기원이 자랑과 기대 속에 교수로 초빙했던 것.
과기원은 그가 임용직 후 『자신이 없다』며 수차례 사직의사를 밝혀오자 『무슨 소리냐』며 강의과목을 원하는대로 바꿔주고 강의도 20여일 늦춰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과기원측은 박교수의 자살소식에 『완전을 추구하는 수재였기 때문에 강박관념에 시달린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과기원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에 이어 「이번엔 교수까지…」라는 눈길을 받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부슬비가 그치지 않았던 이날 빈소에는 학교관계자의 문상이 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