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하여 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창업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불과 한두달 사이에 신문 방송사들이 공식 후원하는 대규모 창업박람회만 해도 수차례 열렸고 그때마다 수만명씩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창업없는 기업없고 기업없는 경제없음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창업의 열기 속에서 오히려 조국이 무너져내리는 망국의 광란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박람회는 어김없이 생산업박람회가 아닌 소비업박람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찾는 40대 50대들이 누구인가. 지난 30여년간 가난에 찌들었던 이땅에 공장을 짓고 건물을 짓고 길을 뚫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생산대국의 기틀을 잡아온 우리 경제의 산 증인들이 아닌가.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세칭 내로라 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만들고 개발하는 사업은 망하는 길, 먹고 마시고 노는 사업은 떼돈버는 길』이라며 망국적 소비산업의 선봉장이 되라고 온갖 요설을 늘어놓다니. 신문 방송들 역시 그런 창업을 하라고 기획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창업서적 코너에는 물장사 밥장사 빵장사를 하라고 부추기는 책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그런 책은 불티가 나는데도 정통창업 서적은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생산없는 소비는 결국 부채만 남길 뿐이다. 벌지 않고 빚으로 사는 가정에 남을 것은 파탄 뿐이듯 생산업이 사라지고 소비업이 창궐하는 나라에 남을 것도 망국지탄(亡國之歎) 뿐이다. 소비업은 돈을 써야만 유지되는 업종이다. 지금 이땅에는 누가 쓰든 써야만 존속되는 기막힌 창업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돈을 써라, 빚을 져라, 나라를 팔아먹어라』고 외치는 창업전문가들이 창업박람회 주관사로부터 일류강사로 초빙되고 방송국 창업프로에 으스대며 등장하는 참담한 희극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소비업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땀흘려 일하는 까닭도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먹고 마시고 노는 사업에 목숨을 걸라고 외치는 지식인이 활개치는 국가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더란 말인가. 지금도경제를살리자는애절한 호소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이 슬픈 현실 앞에서도 『젊은이여 생산업에 도전하라』는 외침은 조금도 들리지 않는다.
필자는 러시아의 한 대학에서 강의했을 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비웃음만 샀다. 과연 어느 나라가 무너져가고 있는가.
손영일<한민창업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