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원광식/공중목욕탕과 사회질서

  • 입력 1997년 3월 12일 08시 04분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아기와 어린이에서부터 나이많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가 공중목욕탕을 이용한다. 어떻게 보면 공중목욕탕은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며 우리를 있는 그대로 남에게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목욕탕 안을 떠올려보자.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무감각하게 물을 흘려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몸을 씻고나서 탕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별로 보기 힘들다. 여럿이 함께 쓰는 비누나 치약을 필요 이상으로 마구 낭비하는 모습은 흔하다. 쓰던 자리를 말끔히 씻어놓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든 형편이다. 단골 목욕탕 주인이 들려준 말은 더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질서의식이 잡혀서라기보다는 시설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스위스 독일 등 선진외국의 목욕탕 경험을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을 저절로 갖게 된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가. 그것은 자신만 알고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라면서 문화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하겠다. 모두가 자신만을 생각하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면 사회질서는 기대할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이기주의와 무질서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바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차제에 초중학교 시절부터 목욕하는 방법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쳤으면 어떨까. 목욕탕협회가 하든 지방자치단체가 하든 자원절약 및 수질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카세트 테이프를 보급할 수도 있겠다. 목욕탕 안에서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게 한다면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천 의왕고속도로 매표소에서 「영수증을 버리지 맙시다」라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도로에 버려지는 영수증이 훨씬 줄었다지 않는가. 어느 사회든 바꾸고 고쳐나가야 할 일들은 많다. 이 모든걸 일시에 바로잡을 수 있다면 오죽 좋겠는가. 하지만 일상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고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바로잡는 게 효과적이고 발전적이 아닐까 한다. 작고 쉬운 일부터 신중하게 접근해 해결해나가면서 기초를 굳게 다지는 분위기가 더욱 아쉽다. 모든 국민이 목욕탕 안에서만이라도 남을 먼저 생각하면서 질서를 지키고 절약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큰 사고에 대한 걱정은 놓아도 되리라 싶다. 원광식<출산기술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