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이 아파하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온몸으로 뛰었어요』
백혈병에 걸려 수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어느 정도 완치단계에 들어선 초중학교 어린이 12명이 16일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5㎞부문에 도전,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의 뜨거운 격려속에 코스를 완주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1백m를 15초에 뛰는 실력이라 1등 할 자신이 있다던 정수범군(14·부산 안락중 2년)은 『지난해 병을 앓다 내 곁을 떠난 한 친구를 생각하며 뛰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백혈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해온 정민지양(9·용산초등교 2년)은 완주한 뒤 할머니 趙畢守(조필수·60·부산 남구 용호3동)씨의 손을 잡고 『더 이상 백혈병환자를 슬픈 영화의 주인공처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동아마라톤대회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훌륭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경부터 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형 목정훈군(13·경북 구미시 인동초등교 6년)을 대신해 경기에 참가한 승한군(9)은 『내 골수를 이식해준 형이 하루빨리 나아 내년에는 꼭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어린이들은 경기도중 힘들어 하는 자신들에게 부모나 후원자들이 손을 잡아주려 하자 『걷는 한이 있어도 혼자힘으로 가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여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날 「한국 백혈병 소아암 연합회」소속 부모와 후원자 등 1백35명의 회원도 치료기금을 모으기 위해 「1m1원」선수로 출전했다.
龍慧卿(용혜경·24·여·강원 홍천군)씨는 『얼마전 친구동생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는것을 보고충격을 받았다』며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 참가했다』고 밝혔다.
전국적 백혈병후원단체인 「사랑의 울림」 회원 許正煥(허정환·27·회사원·경남 거제시)씨는 『뛰는 순간은 힘들었지만 백혈병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그 부모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어 흐뭇했다』고 말했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