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첫 공판이 열린 17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입구에는 공판시작 2시간전인 오전 8시경부터 1백여명의 방청객이 줄을 서 대기하는 등 이 사건 수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
이날 공판은 12.12 및 5.18사건 공판과 같은 법정에서 열렸지만 재판부가 따로 방청권을 배부하지 않아 시민들은 간단한 소지품 검색만 받고 법정에 들어가 재판을 방청했으며 피고인 10명중 정치인이 많은 탓인지 단체로 방청온 당직자들이 상당수를 차지.
○…검찰측은 이날 공판에서 그동안 의혹의 표적이 됐던 「깃털론」「외압설」등의 실체를 밝히기로 작정한 듯 洪仁吉(홍인길) 鄭泰守(정태수)피고인에 대한 신문에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
朴相吉(박상길)중수1과장은 홍피고인에게 『피고인이 검찰에 소환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한보비리에 「몸체」가 따로 있다는 뜻이냐』고 질문.
이에 홍피고인은 『그건 평소 남들이 나를 민주계 실세라고 부를 때 나를 낮춰 부르던 표현일 뿐』이라며 『언론보도 후 한 동료의원이 찾아와 「왜 당신이 매일 하던 말이 신문에 그리도 크게 났느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해명.
박과장은 정피고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으나 정피고인은 『대출청탁은 주로 홍의원에게 의존했다』고 답변.
○…이날 피고인측에는 사건 규모에 걸맞게 10여명의 율사출신 국회의원을 포함해 24명의 거물급 변호인들이 대거 참석해 박과장 등 5명만이 참석한 검찰과는 대조.
정태수피고인의 許正勳(허정훈) 徐廷友(서정우)변호사와 權魯甲(권노갑)피고인의 千正培(천정배) 李錫炯(이석형)변호사 등은 이날 오전 10시반경 재판정에 나와 향후대책을 의논했으며 늦게 입정한 洪準杓(홍준표) 秋美愛(추미애)의원 등은 변호인석에 자리가 없어 한동안 당황.
특히 지난 93년 슬롯머신비리사건 재판 당시 朴哲彦(박철언)피고인 등을 기소한 수사검사로 같은 법정에 출석했던 홍의원은 이날은 변호사석 맨 뒷자리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듯 묵묵부답.
○…피고인 중 유일한 야당의원인 권노갑피고인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웃는 얼굴로 방청석을 살펴보는 등 여유있는 모습.
권피고인은 검찰이 정태수피고인을 상대로 지난 95년 10월경 신한국당의원 鄭在哲(정재철)피고인에게 정피고인이 1억원을 건네주면서 권피고인이 국민회의 朴泰榮(박태영)의원의 질의를 무마해 준 것에 대한 사례금으로 전달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다 실패하자 한층 여유.
○…정태수피고인은 검찰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회의 재정경제위소속 의원 4명이 한보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권피고인에게 1억원을 건네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순순히 공소사실을 시인해 눈길.
정피고인은 검찰 직접신문에서 『권피고인을 직접 만나 청탁을 하려했으나 권피고인이 거절해 96년 10월 프라자호텔에서 정재철피고인을 만나 「4인방」 무마용으로 권피고인에게 건네달라며 1억원을 줬더니 「4인방」은 국정감사에서 한보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
이에 대해 권피고인은 이날 오후 계속된 공판에서 『4명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며 관련사실을 강력히 부인, 돈의 성격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
○…孫智烈(손지열)부장판사는 공판이 진행중이던 오후 4시경 『정회장이 약을 먹을 시간이다』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피고인의 퇴정을 잠시 허용.
손부장판사는 권피고인에 대한 검찰측 직접신문이 진행되고 있던 4시 정각 갑자기 공판을 중단시킨 뒤 『정피고인이 4시 정각에 먹어야 하는 약이 있느냐』라고 질문.
손부장판사는 서정우변호사 등이 일어나 『예 그렇습니다.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정시에 약을 먹습니다』고 대답하자 교도관에게 이를 확인한 뒤 정피고인의 퇴정을 허용.
○…정피고인이 권피고인에게 세번째로 5천만원을 줄 당시 호텔이 아니라 장충단공원 옆 국립극장을 이용한 이유에 대해 정회장과 권의원이 서로 다른 주장을 되풀이해 관심.
정피고인은 『왜 거기까지 가게 됐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권의원이 돈을 들고 나가다가 「뽀이」한테 들켰다』고 다소 희극적으로 대답했으나 권피고인은 『호텔에 들어가다 아는 종업원을 만나 정회장 보호차원에서 차만 마신 뒤 자리를 옮겼다』고 엇갈리게 주장.
〈조원표·이호갑·김홍중·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