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석유가 아니라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유엔과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80여개국 30억명이 물부족을 겪고 있다. 이중 20억명은 각종 수인성 질병에 노출돼 있어 해마다 1천만명이 숨져간다.
물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5,6년 후에는 수인성 질병이 선진국에까지 광범위하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마침 오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수질악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상당수 대도시 주변지역에서는 아파트단지를 건설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돗물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농촌도 수질이 나빠져 수돗물 시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문제는 5∼10년후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의 물사용량은 2백99억t인데 공급가능량은 3백22억t이다. 23억t의 여유는 있지만 지역 차이가 심하다. 전라 경상 강원동해안 지역은 가뭄이 조금 들어도 여전히 물기근이 벌어진다.
4년후인 2001년이면 물사용량은 3백36억t에 이를 전망이어서 정부는 물공급량을 21억t 늘려 예비량을 6억t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자면 2001년까지 영월댐 적성댐 탐진댐이 완공돼야 하는데 예산부족과 지역분쟁 등으로 아직 착공도 못했기에 이 계획은 이미 어긋난 셈이다.
그 후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1년까지 10년간 늘어날 물사용량은 33억t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댐 30∼40개 광역상수도 50여개소가 더 필요하다.
96년 기준으로도 20조원의 비용에 10년은 걸려야 할 정도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건설에 드는 재원염출이 막막한 실정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러나 재원만 따지고 있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물은 한번 모자라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 될 뿐더러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도 않는다.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닥쳐올 물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값을 올려서라도 댐과 광역상수도를 건설할 수밖에 없다. 모자라는 자원은 쓰는 사람이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물값을 올리면 중수도 문제까지 해결된다. 한번 쓴 물을 모두 하수도로 버리지 않고 화장실에 돌려 쓰거나 허드렛물로 쓰는 중수도의 보급은 물을 훨씬 절약할 수 있게 한다.
이미 늦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물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5년후 10년후에 후회하지 않게 된다.
임정규<수자원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