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고상렬/문화재 관리 전담직종 신설을

  • 입력 1997년 3월 20일 07시 48분


문화체육부는 최근 문화재관리국을 문화재청으로 승격시키고 98년 대전으로 청사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96년말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는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 민속자료등 총2천5백35건이며 각 시도의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4천6백11건까지 합하면 7천건을 넘어선다. 이처럼 방대한 각종 지정문화재들의 명칭을 이해하고 구별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내용까지 파악하자면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상당기간의 연구와 실사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통폐합 예정인 문화재관리국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직종은 일반행정직 학예직 특수연구직 상근전문위원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중 일반행정직은 인사이동이 빈번해 한자리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나그네직종」으로 통한다. 어느 정도 업무를 파악해 일을 좀 할 만하면 자리를 옮기게 되므로 능률이 떨어지는데다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차질을 빚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행정예산의 손실과 노력의 낭비를 없애기 위해 「문화재관리직」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한다면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의 계승에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외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민족의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올바로 계승시켜야 하는 사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문화재수당」을 신설, 지급해 사기를 진작시키는 등 제도개선도 절실하다. 아울러 지방에도 문화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 근무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한편 매장문화재를 비롯한 모든 문화재의 과학적 처리를 위해서는 유사기구의 통폐합은 물론 예산 인원 첨단과학장비 부족 등 시급히 개선해야 할 현안도 많다. 근래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우수성을 인정받은 석굴암의 균열문제 하나만 봐도 그렇다. 세상이 온통 떠들썩할 정도로 쩔쩔매는 보존관리 상태를 볼 때 과연 다른 문화재들은 온전한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는 발굴의 미숙과 발굴 후의 보존처리에 대한 과학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개방화 세계화를 앞세우는 요즈음 우리는 무엇을 내세울 것인가. 문화유산이야말로 대표적인 것 아닌가. 때마침 올해는 「문화유산의 해」다. 문화재청 발족을 앞두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정책입안자들의 용단을 촉구한다. 고상렬<전통문화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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