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취재팀이 朴泰重(박태중)씨 집에서 단독 입수한 메모지의 내용은 金賢哲(김현철)씨 측근들이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도상연습을 하느라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메모지에는 △국회특위위원과 원내외 언론계는 P씨가 △문인과 학계는 K대 S교수가 △기타인사는 방송진행자 G씨가 맡아 대책을 세우고 그 결과를 崔炯佑(최형우)신한국당 고문의 측근인 Y씨가 현철씨에게 종합 보고하도록 역할 분담이 돼 있다.
박씨와 최근 빈번히 접촉하고 있는 Y씨는 23일 본사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씨의 친구들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며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고 있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수험생처럼 예상 질문에 답변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사소하고 구체적인 질문에 대비해 서로 연락을 취하며 기억을 되살리려 애쓴다』고 말해 「입맞추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철씨 진영은 박씨의 「한보 열연설비 리베이트(중개수수료) 2천억원 수수설」에 대해 「박씨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증여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빈털터리일 수 있느냐」는 반박 논리를 정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모위원회 위원장이자 현철씨 측근으로 소문난 K대 S교수는 박씨집에서 나온 메모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자신의 연루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내가 각분야 교수 50여명과 의견을 나누는 점을 감안, 그들이 나를 통해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메모지에 청년문제 담당자로 나타나 있는 C씨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선 사조직인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에서 활동한 적이 있으며 현철씨와 박씨의 과거행적에 대해 모범답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씨와 방송관계자 G씨는 현철씨 사태이후 전화번호를 변경해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수립하면서 집에서 칩거중인 현철씨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승훈·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