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마냥 어수선하기만 하다. 정치 사회 안보 분야에서의 혼란상이 여전한데다 경제마저 더욱 어렵게 치닫고 있다. 모두가 중심을 잃고 혼돈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불거져나온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사건은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주변에 북한 고정간첩이 수만명이나 암약하고 있다는 충격적 보도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모두들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감각하다.
우리는 몇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최근 북한은 강성산총리 해임과 최광인민무력부장 사망에 이은 1세대 퇴진 등 소요의 시기를 맞고 있어 앞으로 어떤 행동이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근의 상황은 우리 모두의 안보불감증에 대한 충분한 경종이 되고 있다. 흔히 안보라고 하면 군사적인 면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고도산업화 시대에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어찌 군사적인 수단에만 국한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가치의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같은 시대적 변화는 안보의식에 대한 궤도수정을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지금 우리는 정보사회로 이행돼가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군사기밀만이 안보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복잡한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포진해 있는 실체적 삶의 요소가 곧 안보의 표적이고 또 삶을 지탱해주는 근원이다.
우리의 정보통신산업은 그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같은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도구를 우리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편리한만큼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전화 팩시밀리 컴퓨터통신 그리고 최근 이용량이 폭증하고 있는 인터넷 등 모든 정보매체는 순기능과 역기능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정보보안 대책의 수단인 방화벽의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관련한 보안기술은 아직도 전문해커들의 침투기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혼탁한 시기에 정보화 사회의 주체적 시민으로서 올바른 보안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과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