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보재수사 방향]『대출과정부터 차근차근…』

  • 입력 1997년 3월 24일 20시 12분


沈在淪(심재륜) 신임 대검중수부장이 24일 정식 부임하면서 한보대출비리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본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심중수부장의 취임과 함께 서울지검 특수부 등 일선지검의 특수수사 베테랑검사 4,5명을 차출해 수사팀을 대폭 보강키로 하는 등 새 진용을 갖출 계획이다. 새 수사팀에 부과된 과제는 당장 국회의 국정조사와 한보사건 재판준비에다 은행대출비리, 인허가과정에서의 공무원비리, 정치인 금품수수비리,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 수사등 방대하기만하다. 대검중수부는 이처럼 코앞에 닥친 여러 과제중 우선 전현직 시중은행장들의 업무상배임혐의를 밝혀내는 것을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한보 재수사의 명분으로 은행감독원의 5개 채권은행에 대한 특별검사결과를 붙잡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로 시간을 벌고 국회국정조사가 마무리될 즈음 나머지 민감한 사안을 본격수사한다는 것이 검찰의 복안이다. 따라서 검찰은 당장은 산업 제일 조흥 외환 서울은행의 한보 대출과정에서 담보부족이나 회사평가조작이 있었는지, 당진제철소의 공사진척도를 무시한 시설자금대출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은감원 특검결과 경고조치 등을 당한 은행 임직원 31명중 문책경고를 받은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 등 2명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당대출수사는 대출실무자보다는 은행장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혀 이미 구속된 李喆洙(이철수) 申光湜(신광식)전제일은행장 禹찬穆(우찬목)전조흥은행장 외에 이들 2명의 현직은행장이 수사대상에 올라있음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나아가 이들 은행장에 대한 수사를 토대로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청와대경제수석 등 대출에 개입한 관계(官界)인사를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한, 이 전수석은 한결같이 은행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보에 대출해줄 것을 부탁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무리한 부당대출을 종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처럼 은행대출과정에서의 비리전모를 밝혀낸 뒤 나머지 부분에 대한 재수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보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이나 김현철씨 수사와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수사결과에 대해 뒷말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 비리의혹에 대해서는 우선 그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를 탈세혐의 등으로 발목을 잡은 뒤 차근차근 밝혀낸다는 것이 검찰 나름대로의 계획이다. 검찰이 김씨 수사와 관련해 1차로 박씨가 관련된 여러 업체의 자금관련 장부를 압수, 정밀분석하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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