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그대로 벽위에 그려진 벽화를 어떻게 그림부분만 따로 떼갈 수 있을까.
국립중앙박물관 李相洙(이상수)보존과학실장은 『19세기말∼20세기초 서역지방의 벽화 수천점이 도굴된 적이 있다』며 『전문 도굴꾼들에게 벽화 도굴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천산북로길에 퍼져있는 敦煌(돈황) 등 서역지방에는 옛날부터 수많은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의 고고학자들은 탐험과 발굴을 한 뒤 중국의 전문 도굴꾼들에게 의뢰, 서역벽화를 무수히 떼내 갔다. 서역벽화들은 현재 전세계 주요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벽화는 돌위에 석회석을 몇겹으로 바르고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
때문에 벽화 가장자리를 톱으로 자른 뒤 석회층과 돌이 만나는 지점 근처에다 주걱칼이나 얇은 끌을 대고 조심스럽게 긁어나가면 벽면과 그림을 분리해낼 수 있다는 것.
이때 그림위에는 두꺼운 유리나 천을 대 그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실장은 『서역벽화도 초기에는 도굴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그림의 일부분만 톱으로 잘라내 도굴해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점차 도굴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림을 통째로 들어내 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8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서역벽화도 일제시대 오타니(大谷)탐험대가 서역에서 다른 유물과 함께 떼어온 벽화를 당시 총독부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번에 도굴된 것으로 확인된 장천고분 등 고구려 후기의 고분역시 돌위에 5∼7겹정도의 석회를 발라 석회벽의 두께가 10㎝정도에 이른다. 따라서 그림을 파손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벽화도굴이 가능하다는 것.
정교한 다이아몬드 톱을 이용해 벽면을 자를 경우 한 면이 2∼4m에 이르는 벽화도 한번에 뜯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벽화를 종이처럼 말아가면서 그림만 떼갈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돼 전문도굴꾼들도 이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실장은 벽화표면에 표면보호처리(Facing)를 한 뒤 그림 가장자리를 톱으로 잘라내면 종이처럼 말아가면서 벽화를 떼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부도 지난해 조선총독부건물을 철거하면서 중앙홀 벽화를 같은 기법으로 떼어냈다. 한편 중국 집안(집안)시 관계자는 『장천 벽화는 중국입장에서도 호태왕비(호태왕비·광개토대왕비)와 함께 고대 동아시아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어 이번 도굴사건을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도굴된 벽화가 아직 중국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도굴범들이 벽화를 육로를 통해 러시아로 빼돌린 뒤 최종 목적지로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개월이내에 범인들을 검거하지 못할 경우 영구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집안〓이병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