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환수와 아들 구속이라는 검찰의 예상밖의 초강수에 대해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측은 크게 반발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총회장의 한 변호사는 28일 『검찰이 한보철강 등 한보그룹의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총회장 등의 개인재산을 담보로 한보철강에 투자할 돈을 빌리고 또 회사에 쏟아 부은 개인 돈을 계산하면 회사측으로부터 정총회장 일가쪽으로 들어온돈보다 회사에 들어간 개인재산이 더 많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한쪽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토끼몰이식」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검찰의 조치에 대응할 마땅한 묘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정총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許正勳(허정훈)변호사 등 3명은 검찰의 조치가 발표된 27일 저녁 서울 강남의 설렁탕집에서 함께 만나 대책을 집중 논의했으나 아무 결론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총회장이 검찰의 재산환수조치에 반발, 로비를 벌인 정관계 인사를 총망라한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를 공개하거나 「몸체」를 밝히는 「맞불작전」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총회장의 한 변호사는 28일 『세간에서는 재판에서 「폭탄선언」을 할 것이라는 말이 많지만 정총회장은 정작 터뜨릴 폭탄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총회장이 앞으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따라서 정총회장은 검찰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오히려 입을 완전히 닫아버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총회장은 검찰의 이번 조치가 여론을 등에 업은 상황논리에 따른 것이지 자신이 로비한 인사들이 배신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검찰의 추적망에 걸린 재산을 빼앗기고 자식이 구속되더라도 수감생활을 마친 뒤 감춰둔 재산을 기반으로 또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총회장이 「자물통」입을 계속 열지 않을 경우 검찰은 3남 譜根(보근)씨에 이어 澣根(한근)씨 등도 구속하는 등 줄곧 압박작전을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궁지에 몰린 정총회장이 막판에 「폭탄선언」을 통해 공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추적망에 숨겨둔 재산이 모두 밝혀지고 재기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경우 정총회장의 태도가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종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