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정부당국도 이렇다 할 결정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건강과 직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식수문제를 놓고 『수돗물은 아직 믿고 마실만하다』는 얘기만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시 하수국의 통계에 따르면 96년말 현재 서울 시민의 하루 평균 생활용수(수돗물) 사용량은 약5백만t에 이른다. 그런데 이 중 식수로 쓰이는 비율은 1%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엄청난 수돗물 중 건강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비율은 1%밖에 되지 않은 셈이다. 결국 건강유지를 위해서라면 수돗물의 1%에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얘기 아닌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정수장으로부터 수도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정비하라는 원론적인 주장은 비경제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돗물을 몽땅 「안전한 물」로 만들어본들 그 99%는 인체를 거치지도 않고 바로 하수로 흘러들어가버리니 이런 낭비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환경오염을 막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은 입으로 들어가는 물만이라도 좋은 상태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수돗물 전체를 완전한 식수로 만드는 것과 비교해 값싸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가정용 정수기의 보급문제를 정책당국은 한번쯤 생각하라.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단속과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정책적인 장려지침을 제시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상업성만 치중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수돗물 불신을 자극하는 판매방식에 대한 철저한 규제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여과기능만 앞세우는 값비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장치도 요구된다. 공인기관의 실험과 검토, 공인의료기관의 임상시험을 거쳐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90조원의 예산을 세워 2011년까지 34개의 댐을 건설한다는 거시적 수자원정책도 좋기는 하다. 하지만 보다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손쉬운 해결방안으로도 댐 몇개를 건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대천<두백인터내셔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