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부설 취업안내 창구인 인재은행. 이곳에는 지난 2월 한달동안 고졸 이상의 남녀 7백7명이 구직을 신청했다. 작년에 비해 30∼50% 늘어난 수치다.그러나 이 가운데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10%도 안되는 59명.
全大吉(전대길)소장은 『정부 공식통계로는 지난 2월 실업률이 3.2%라지만 체감 실업률은 1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실업문제 만큼은 고민거리가 아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도 고실업시대가 닥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서울 시내의 한 직업안내소인 월드취업정보사. 일주일에 40∼50명이 취직할 곳이 없겠느냐고 물어온다. 柳坰模(유경모)주임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많이 찾아온다』면서 『그러나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20∼30%』라고 전했다. 학원과 고시원이 초만원이다. 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자들이 재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몰려든다. 30, 40대 남자들이 요리학원에 다니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실직자는 물론이고 내일이 불안한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컴퓨터학원 미용학원 등은 문전성시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국도운전학원 金珍浩(김진호)총무부장은 『최근 택시기사가 되겠다며 1종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한달에 10∼15명 찾아온다』며 『내놓고 얘기는 안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실직에 대비하는 직장인이 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 이곳에서 석달째 「취업 재수생」 생활을 하고 있는 金慶柱(김경주·28)씨는 지난해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10여곳의 기업체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자리를 얻지 못했다. 역시 취직을 못한 친구 2명과 함께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올해도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1백곳 이상 되는 신림동 고시원에는 요즘 김씨와 같은 취업 재수생이 줄을 잇고 있어 방 하나 얻는데 최소한 한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각 구청 등에서는 앞다퉈 취업정보과를 신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부도 전역자들의 취직알선에 발벗고 나섰다. 실업의 그림자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