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건설사업부 李龍男(이용남)사장이 지난해 8월 청와대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을 집중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본사취재팀이 96년 8월 이사장의 승용차운행기록을 1일 단독입수,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업계소식통과 검찰에 따르면 이 기간은 한보그룹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시기여서 대출을 받기 위한 로비의혹이 일고 있다.
이 기록은 한보그룹의 한 운전사가 차량운행일지에 옮겨적기 전 자신의 노트에 미리 써놓은 것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차량번호 출발지 도착지 주행거리 출발시간 도착시간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한보그룹은 지난 92년 수서사태 때 승용차운행일지가 검찰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자 회사차량 운행일지를 매년말 파기하고 있다. 한보측은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때도 모든 운행일지를 파기했다고 밝혀 운행기록을 중심으로 한 검찰의 추적을 차단했다.
이 기록과 운전사에 따르면 이사장은 96년8월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자신의 서울3투 9332 뉴그랜저골드 승용차를 타고 세차례에 걸쳐 청와대 인사 3명을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또 국회의원 청와대직원 등 10여명과 평일에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8월13일의 경우 이사장은 오전 11시45분 청와대에 도착해 한 인사를 태우고 12시10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모 한정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운전사는 『이사장이 청와대인사에게 「선생님」이라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1시간40분 동안 식사를 같이한 이사장은 오후 2시5분경 이 인사를 청와대로 데려다준 뒤 회사로 갔다.
사흘 뒤인 16일. 이사장은 오전 11시40분 청와대에 도착했다. 12시15분 청와대직원 1명을 서울 종로구의 모 한정식집으로 데려온 이사장은 2시간35분동안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나흘 뒤인 20일. 평일이었으나 이사장은 오전 6시5분 같은 회사의 모이사와 함께 경기 기흥골프장에 도착했다. 운전사는 『이사장이 국회의원과 청와대직원 등 10여명에게 골프접대를 했다』고 말했다.한보그룹 이사장은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본사기자에게 『그만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