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 다시 『북적』…하루 1천여명 몰려

  • 입력 1997년 4월 6일 19시 56분


지난 4일 오전 5시 수도권 최대의 인력시장인 경기 성남시 복정동 인력시장. 쌀쌀한 날씨탓에 일찍부터 피운 모닥불 주위에 작업복 차림으로 4백여명이 북적거렸다. 『목공 12만원』 『잡부 6만원 없나요』 인부를 구하러온 12인승 승합차가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갔다. 일의 종류나 보수를 흥정하기도 전에 일단 차문을 열고 몸을 밀어넣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80년대말과 90년대초 매일 새벽 1천5백여명의 구직자들로 붐볐던 성남시내 복정동과 수진리고개 및 모란시장 등 세곳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최근 들어 이곳에 몰려드는 구직자는 하루 평균 1천여명. 이들중에는 실직하거나 명예퇴직한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고 종전에 「3D직종」이라 피하던 업종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식품회사를 다니다 지난달 퇴직한 朴吉浩(박길호·39)씨는 『경기가 나쁜데다 새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워 일자리를 골라 선택할 형편이 아닌 것 같다』면서 『전국 어디라도 일자리가 있으면 달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건설인부외에도 은행 및 아파트경비원 별장지기 등 다양한 취업정보가 흘러다니는 곳. 나이 들어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의 경우 기술이나 경험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전 6시가 되자 이곳에 나왔던 2백여명의 아주머니 대부분이 일당 3만원짜리 채소를 수확하는 일과 아파트청소 등을 맡아 트럭이나 승합차를 타고 떠났다.

그러나 남자들은 50여명 정도가 건설잡부 등의 일자리를 얻어 떠났을 뿐 수백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축 처진 모습으로 하나 둘씩 빠져 나갔다.

10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는 金敏洙(김민수·47·서울 송파구 장지동)씨는 『구직자가 넘치니까 13만원하던 철근작업 노임이 12만원으로 떨어지는 등 평균 단가가 1만∼2만원씩 떨어졌다』며 『그나마 일주일에 이틀, 한달이면 열흘정도만 일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관악구 현대시장앞과 중구 북창동 남대문시장주변 등 서울시내 각 인력시장에도 매일 아침 1백명 이상씩 일자리를 찾으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전국건설일용노조협의회(위원장 李奎宰·이규재)는 『노무자나 직장에서 해고된사람들이10분 간격으로 사무실로 상담전화를 하고 하루 3,4명이 조합원가입신청을 하고 있으나 취업률은 10%안팎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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