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법률용어는 대부분 어려운 한자말과 일본말투로 돼있다. 법조문이나 판결문의 문장도 일상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이는 법률조항을 참고하기 위해 법전을 뒤적여본 사람이나 재판 판결문 또는 검찰의 공소장을 읽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실감하는 일이다. 법률용어와 문장을 현실에 맞게 쉽게 풀어쓴 「민사소송법 순화안」이 다음달에 나온다니 반갑다
▼민사소송법 순화안은 지난해 9월 대법원의 의뢰로 서울대 국어교육과 朴甲洙(박갑수)교수가 만든 것으로 현행 민사소송법 전체 조문을 우리 현실에 맞는 표현으로 고쳤다고 한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문장도 알기 쉽게 풀어썼다는 것. 대법원의 민사소송법 개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정기국회 이전에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가능하면 확정을 앞당겼으면 더욱 좋겠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법률은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모든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돼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법률용어는 일상용어와 같아야 하고 법률조문도 간결하고 알기 쉬워야 한다. 더구나 내년이면 정부수립 반세기인데 법률의 내용은 그렇다치더라도 아직까지 일본말투의 법률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대법원이 지난해의 「법령용어 순화정비 검토의견서」에 이어 이번에 민사소송법 순화안을 마련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모든 법률용어와 법조문을 우리말로 쉽게 고치는 장기적인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사회학에 입각한 법학을 주창한 미국의 유명한 법학자 로스코 파운드도 『법률은 사회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