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계자는 『주변부에서 맴돌던 현철씨 관련수사가 핵심에 접근하는 루트를 찾았다』는 말로 수사방향 전환의 의미를 설명했다.
현철씨 비리의혹 수사는 그동안 박씨를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검찰은 새 수사팀이 구성된 지난달 24일부터 박씨의 자금을 집중 추적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93년9월부터 95년1월 사이에 박씨의 예금계좌에 61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박씨의 은행계좌 1백30여개를 샅샅이 뒤졌으나 현철씨 비리와 관련된 결정적 단서를 찾는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가까이 발이 부르트도록 은행 문턱을 뛰어다녔지만 아무 것도 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시점에서 이같은 결과는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현철씨 자금관리와 관련해 「깃털」에 불과한 박씨에게 집착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바로 현철씨의 실질적인 자금관리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철씨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의 인맥을 A, B 두그룹으로 나눠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A그룹은 주로 대졸 이상의 재계 인맥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에 B그룹은 주로 전문대출신 등의 인물로 구성돼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말하자면 A그룹은 「메이저 리그」에 해당하고 B그룹은 「마이너 리그」쯤 된다는 것. A그룹의 중심인물이 이씨이며 박씨는 B그룹에 속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그동안 현철씨의 자금을 관리한 핵심인물 추적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이씨다. 그는 아버지(李鍵·이건 전대호건설 회장)의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재계의 실력자로 부상했고 이 과정에서 현철씨의 절친한 재계인맥으로 등장했다.
검찰이 이씨를 현철씨의 실질적인 자금관리인으로 보면서 집중 수사하고 있는 부분은 이씨의 골프장 매입시도 의혹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이씨가 골프장 매입을 추진했지만 돈의 출처가 이상하다는 소문이 나 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자금의 출처. 이씨 부자는 이미 95년에 대호건설 등 대부분의 재산을 3백20억원에 매각했고 이전회장은 지난해 8월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의 형이 확정된 뒤 미국으로 떠났다.
이씨는 또 수십억원대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도 따냈다. 검찰은 이씨 독자적으로는 이 규모의 자금동원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일단 이씨의 자금출처를 조사한 뒤 현철씨와의 관련여부를 집중추적할 예정이다.
〈이수형·공종식·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