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금속공학과 석사과정에서 코렉스를 전공하고 지난 2월 졸업한 뒤 한보를 첫 직장으로 선택한 文俊赫(문준혁·26)씨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한보 청문회를 남다른 심정으로 지켜본다.
문씨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몇몇 대기업의 유혹을 모두 뿌리치고 이미 부도가 난 상태의 한보에 입사, 지난달 4일 당진으로 향했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말렸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없이 한보를 택했습니다』
문씨는 『한보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지만 막상 청문회를 보면서부터는 착잡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인들의 답변보다 「알고 있으니까 다 말하라」는 식으로 퍼붓는 의원들의 질문이 문씨를 더욱 아프게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의혹이 깨끗하게 풀렸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을 듣다보면 과연 얼마나 치밀하게 자료와 정보를 수집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는 『일부 일손을 놓은 사람들도 있지만 당진제철소 직원들 대다수는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입사원환영회 때 『다들 나가는 마당에 제발로 들어오다니 그놈 참 괴짜네』하며 의아해하던 선배직원들도 이제는 『열심히 해보라』며 문씨를 다독거려준다고.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 아버지이자 직장선배인 文金龍(문금용·57)씨. 문씨는 어려서부터 한보철강 부산제강소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철강맨」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고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상황이 안좋을수록 한보에 입사해 전공을 살리라』며 격려했다.
출장비 한 푼 받지 못한 채 지난 10일 서울로 출장을 온 문씨는 봄햇살 가득한 서울대 교정에서 『아직 젊기에 한 두번 실패하는 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