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총련에 대한 전면수사에 착수한 것은 한총련이 여전히 극한적인 투쟁노선을 고집, 이를 방관할 경우 지난해 연세대사태와 같은 경찰력과의 극한적인 충돌과 무더기 구속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경찰이 근거자료로 제시한 「97년 상반기 한총련 대중운동 계획」이란 제목의 문건은 지난달 중순 열린 한총련 중앙상임위원회의 내부토론용으로 작성, 배포된 것으로 올 상반기 한총련의 투쟁노선과 일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한총련은 이 문건에서 올 상반기를 『김영삼 일당의 재집권 책동 속에서 민생압살과 민주말살 책동이 그 어느 때보다 파쇼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로 규정하고 『김영삼 독재정권의 조기파멸과 전민중적 항쟁(전민항쟁)을 통한 민주정부 수립에 나서자』고 투쟁목표를 설정했다.
한총련은 5월초까지의 「전민항쟁 예비기」를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과 한보비리 김현철비리 등으로 김정권이 총체적 위기를 맞이해 민주세력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시기』로 규정했다.
일반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무산된 김영삼정권 퇴진을 위한 동맹휴학(3월28, 29일)과 올해4.19기념일에 1차 민중대회를 통해 전국민적 규탄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특히 4.19기념일을 기해 「민중연대투쟁위원회」를 발족해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과의 연대투쟁을 벌여나가고 제1차 민중대회 이전까지 핵심간부들이 명동성당에서 단식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한총련은 이어 「전민항쟁분출기」에는 노동자들의 임금협상투쟁,6.10항쟁 10주기투쟁,5.18광주민주화운동 계승투쟁 등을 현정권 퇴진투쟁으로 집약해갈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조국통일 범민족 대항쟁기」(7월28일∼8월5일)에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14차 세계청년학생축전과 오는 8월2일부터 15일까지 열릴 예정인 8차 범민족대회를 중심으로 반미반전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이 한총련의 계획.
이같은 투쟁노선과 투쟁일정은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국과 관련, 더욱 극한적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은 오는 12월18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가까워질수록 학생운동이 격화할 것으로 판단, 용공 이적성향을 담고 있는 유인물 수사를 통해 조기에 한총련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죄겠다는 입장이다.
〈이철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