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수사 향방]검찰,鄭리스트로 초점흐려져 곤혹

  • 입력 1997년 4월 13일 19시 58분


정치권에 「빅뱅현상」을 초래할지도 모를 「鄭泰守(정태수)리스트」를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 수사팀의 분위기는 별로 밝지 않다. 오히려 곤혹스러워 하기조차 한다. 수사팀은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정치인들이 한보에 대한 특혜대출을 가능케 한 「몸통」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정치인 명단은 이미 1차 수사 때 다 나온 것이다. 정치인 수사는 새 수사팀으로서는 잘해야 본전밖에 안되는 수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이 정치인 서너명을 추가로 구속한다고 해서 국민이 만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 새 수사팀이 정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정태수 리스트」수사가 아니라 한보비리의 「배후 몸통」과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을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현철씨의 이권개입 및 금품수수의혹을 밝혀내는데 수사의 성패를 걸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20여일동안 현철씨 주변인물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주목하게 된 인물이 바로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 사장이다. 검찰은 이씨 주변수사를 통해 이씨가 현철씨와 「사생활」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음을 확인했다. 현철씨가 자신의 자금관리 등 중요한 공적 임무도 이씨에게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이씨가 경기 광주군에 있는 30만평 규모의 C골프장 부지를 2백50억원에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시가 1천억원대의 뉴코리아 골프장 매입을 시도했던 사실도 확인했으며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씨의 이같은 재산운용 과정에서 현철씨와의 「관계」가 일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추적중이다. 검찰은 현철씨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에 대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다. 특히 92년 대선 직후 박씨 재산이 갑자기 1백억원대로 급증한 것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철씨 주변인물에 대한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수사관계자는 『당초 정치인 수사는 천천히 할 생각이었는데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갑자기 서두르게 되었다』며 『이때문에 정작 중요한 수사가 늦어지고 수사의 초점도 흐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철씨 수사에 대한 수사 실무팀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한 수사관계자는 『(현철씨에 대한 수사가) 검찰로서는 마지막 승부처다. 검찰이 다시 대충 덮으면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