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리스트」에 올라 있는 여야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하나같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다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난 뒤에는 뒤늦게 돈을 받은 사실을 실토하며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이들 여야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여당의원들은 「완전 잡아떼기」식 거짓말이, 야당의원들은 「부분 자수」형의 거짓말이 많았다.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은 지난 2월5일 울산의 누이동생 빈소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돈을 받았다는 기사는)모두 작문이고 사실무근이다. 나는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 검찰소환에 응해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다가 며칠 뒤 검찰에 불려가 돈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신한국당 鄭在哲(정재철)의원도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려는 기자들에게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그는 지난 2월10일 검찰출두 직전까지 태연스럽게 고위당직자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에게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끝까지 소환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신한국당 黃秉泰(황병태)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 金佑錫(김우석)전내무장관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말바꾸기」의 명수였다.
권의원의 경우 처음부터 『정총회장으로부터 1억5천만∼1억6천만원을 대가없이 받았다』고 시인했으나 정재철의원을 통해 1억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은 숨겼다가 뒤늦게 들통이 났다.
그는 『한보로부터 받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황의원은 검찰출두 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잡아뗐고 김전장관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지난 12일 검찰에 소환된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 朴鍾雄(박종웅) 朴成範(박성범)의원은 일찌감치 혐의를 받았으나 초장부터 「잡아떼기」로 버티다가 결국 검찰조사에서 거짓말을 했음이 탄로났다.
특히 김덕룡의원의 경우 지난 2월10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돈을 어떻게 받느냐』며 『피의자인 정총회장의 진술이 확인되지 않은채 언론에 유포된 것이 해괴하고 황당하다』며 「정치음모설」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7일 청문회에서 다시 「정태수리스트」의 한명으로 떠오르자 『청문회가 끝내 나의 진실을 밝혀주지 않는다면 내 나름의 별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엄포까지 놓았다가 검찰조사과정에서 측근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종웅의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2월10일) 『일고의 가치도, 논평할 가치도 없다』(4월7일)고 주장했으나 측근이 5천만원을 받았고 박성범의원은 『정총회장은 물론이고 그 아랫사람들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2월10일) 『아무 관련이 없다』(4월7일)고 잡아뗐지만 검찰로 가자마자 金鍾國(김종국)전한보재정본부장으로부터 직접 5천만원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야당중진 중에는 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의원이 『정태수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으나 검찰조사에서 5천만원을 직접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내가 언제 한보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느냐, 정태수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지』라고 둘러댔다.
자민련 金龍煥(김용환)의원은 『고향사람 동창 외에는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다』며 검찰에 출두해서도 부인했으나 검찰조사를 받고 당사에 돌아와서는 『朴承圭(박승규)한보문화재단이사장에게 당보 광고비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