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시공구간에 대한 안전진단은 고속철도의 수명을 1백년으로 보고 실시했다. 당장은 안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안전을 위협할 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진단대상이 된 구조물은 교량의 기초 교각 상판과 터널 암거(暗渠·철로 밑으로 사람과 차의 통행을 위해 만든 길) 토공 등이다. 교량은 일부 기초만 표본조사를 했고 상판 교각은 전부 조사했다. 터널 암거 토공의 외관도 모두 조사했다. 터널은 1백50m 간격으로 비파괴검사를 했으며 토공은 구간당 한곳씩 시추조사를 했다.
모든 구조물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점은 콘크리트 작업이다.
콘크리트의 물 비율이 높아 내구성이 약하고 자갈 시멘트 등 재료가 분리되고 공구간에 콘크리트 배합률이 일정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들은 부실 부분을 시멘트 물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로 패칭(땜질)했지만 WJE사는 기존의 패칭을 모두 제거하고 보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량의 경우 △상판을 덧씌운 재료가 내구성이 없어 이를 방치하면 상판 슬래브를 부순뒤 재시공해야 하며 △부실하게 다진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패칭해야 하며 △구조물이 서로 잘 맞는지 설계를 검토해야 한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터널은 붕괴방지 구조물인 라이닝의 이음부 부실과 누수 등이 발견됐고 지하수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해 봐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당초 일본 신칸센(新幹線)의 설계를 참고해 차종이 선정되기도 전에 구조물 공사를 시작했다.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상리터널과 같이 설계도가 없이 터널을 굴착하다 중단하고 노선을 변경한 곳도 있다.
시공사는 고가의 장비와 인력배치에 따른 관리비의 증가로 공사가 재개되면 시공원칙을 무시하고 공사속도에 치중해 문제점을 드러냈다.
공사 감리도 완벽하지 않았다. 공사는 지난 92년 시작했지만 94년에야 건설기술관리법을 제정한뒤 책임감리제도를 도입했다. 감리사들은 시공상의 결함에 무신경했다. WJE사가 공단측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와 같은 체제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대전∼대구 구간 지하화, 상리터널과 경주노선 변경, 용지매수지연 등이 겹쳐 오는 2002년까지로 예정된 공기가 지연되고 10조7천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도 증액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들은 공기가 최소한 2년이상 연장되고 공사비도 5조원 이상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