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37주년이 됐다. 4.19는 온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자유당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혁명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에서나마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통용되던 「의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4.19는 자유 민주이념을 지키고 사회정의를 구현한 혁명이었다. 반만년을 내려온 조국의 정치관 사회관 가치관에 획기적인 변혁과 자유민주 국가사회의 확고한 기틀을 마련해 준 위대한 혁명이었다.
세계 정치사에 기록된 2개의 혁명이 있다. 하나는 봉건왕정을 붕괴시키고 자본주의 개혁과 민주제도의 기초를 확립한 프랑스 국민혁명이고 또 하나는 실패한 러시아 공산주의 폭력혁명이다. 이에 비해 4.19의 주체는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한 집단이 아니었다. 국민적 투쟁의 순수성과 숭고성은 물론 자유 민주 정의라는 확실한 이념을 수호하려는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위대한 국민혁명이라 하겠다.
과거부터 「혁명」이라고 하면 정권의 붕괴를 전제로 했다. 변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악으로 무력 또는 폭력으로 정권을 붕괴시켜 집권한 후 정치 사회적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같은 혁명의 정의도 4.19 이전의 정의에 불과하게 됐다. 4.19는 무력이나 폭력없는 살신성인적인 평화적 시위로 자유당 정권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권을 찬탈하지 않고도 자유 민주국가의 기틀과 방향을 마련해 주었고 역사적인 변혁을 성취시켰다. 이런 변혁의 결과로 4.19혁명의 이념인 자유 민주 정의가 헌법정신으로 승화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5.16군사정권은 집권 후 4.19를 「의거」로 평가하는 엄청난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4.19의 정치 사회 변혁적 역사성을 도외시하고 단순히 「독재정권의 불의에 항거한 의거」로 규정하는가 하면 5.16을 혁명으로 헌법정신에 반영시키기까지 했다. 자유민주국가의 헌법정신에 5.16을 반영시킨 오만을 헌법수호 및 호헌 차원에서 본다면 『5.16 쿠데타식으로 정권을 찬탈하면서 계승해 나가야 한다』는 정권승계 논리가 성립되는 셈이니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의거」인식과 「시혜」의식 그리고 이런 인식과 의식에 바탕한 행정제도와 행사관리 등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낡은 질서와 관행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 4.19는 자랑스런 혁명이며 우리의 헌법정신이다.
김금석 <4.19혁명기념사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