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여의도광장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최근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시민의 의견수렴은 물론 공원조성과 관련한 학술적 타당성 검토나 민주적 절차와 과정 등이 미흡해 여의도광장의 공원조성 과정에 몇가지 의문점을 제기한다.
첫째는 공원조성 과정에 시민적 합의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즉 공원을 조성할 것인지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별다른 의견수렴 없이 지난해 10월25일 일방적으로 현상설계 지침을 발표했다. 여의도는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추억이 서린 공간이다. 이러한 상징공간을 공청회 한번 없이 용도변경한다면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생명으로 하는 민선시대에 어울리는 행정이 아니다.
둘째는 순리와 상식을 외면한 현상설계 과정이다. 서울시의 여의도공원 현상공모는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10만여평을 계획하는 초인간적인 작업을 요구했다. 그 결과 문제점이 많았고 당선작마저 바로 공개하지 못하고 1개월여의 수정을 거쳐 지난 1월22일 발표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서울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졸속 처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셋째로 서울시가 수정한 당선작에도 의문점이 많다. 확정된 안을 보면 나무만 있을 뿐 광장 기반시설 소프트웨어 등 다른 특징적인 기능은 별로 없다. 공원과 수목원은 엄연히 다르다. 더구나 서울시가 공원 이용자의 행태조사라도 했는지 궁금하다.
또 공원은 접근이 용이해야 하는데 수정안에는 동측 출입구가 3개소뿐이다. 공원관리는 물론 심야에 우려되는 치안문제는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공원내에 우리 꽃과 전통수종을 심는다고 했는데 이런 식물들이 모래섬인 여의도의 토양에 어울릴지는 전문가의 검토가 요구된다. 공원 조성을 알리는 거창한 기공식이 중요한건 아니다. 주민들이 어떤 공원에 들르고 싶어 하는지, 공원조성에 대한 주민 의견은 어떤지, 도시구조와 기능상 어떤 공원이 필요한지 등의 검토가 앞서야 한다. 이도저도 없이 그저 시작하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앞으로만 나가서는 안된다.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시민과 함께 생각하며 대안을 만들고, 시간은 걸리더라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순리와 상식을 토대로 사업을 시행해야 살맛나는 녹색서울을 가꿀 수 있다.
유상오<대한주택공사 도시개발기획단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