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한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는 23일 아침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 호국영령앞에 참배했다.
황씨는 이날 새벽 金德弘(김덕홍)씨와 함께 국립묘지에 도착, 참배직전 관계자들로부터 내력을 소개받은 뒤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한 후 분향하고 묵념했다.
황씨는 이어 방명록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생을 바친 애국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 그 뜻을 따라 배우며 민족앞에 지은 죄를 씻고서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적은 뒤 서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관계자로부터 『70년 6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국립묘지)현충문을 폭파해 다시 복원했다』고 설명하자 『북한은 그렇게 하고도 남는다. 60년대 서울침투(68년1월21일 청와대기습)사건이나 최근 잠수함 침투사건들이 다 그런 것 아니냐. 북한은 일을 저질러 놓고도 절대 시인을 하지 않고 덮어씌우는 억지를 부린다』고 말했다.
정부당국은 명확한 사상전향 의사를 밝히지 않은 황씨가 이날 국립묘지에 참배한 것이 자칫 강제적인 연출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황씨가 외출하고 어떤 책을 넣어달라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도착 나흘째를 맞은 황씨와 김씨는 30분간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첫 서울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한편 황씨는 전날 시력검사 후 안경과 돋보기를 새로 맞추고 『안경이 가볍고 튼튼해서 좋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세계문학전집과 전래동화전집 등 책을 추가로 넣어주자 『북에 있는 집의 서재에도 책이 가득했었다』며 책장을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관계당국이 전했다.
〈정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