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리스트」예고 怪문서,거론된 의원 대다수 일치

  • 입력 1997년 4월 23일 20시 18분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정치인 33명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한보사건이 터진 후 여의도정가에 나돌았던 각종 괴문서의 적중률이 새삼스레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33명 중 현역의원은 대다수가 각종 괴문서에서 일찌감치 거명됐던 사람들이다. 이미 구속된 洪仁吉(홍인길) 鄭在哲(정재철) 黃秉泰(황병태·이상 신한국당)의원과 權魯甲(권노갑·국민회의)의원 등 4명도 괴문서에서 거명됐던 사람들.결국 괴문서는 「금배지 살생부(殺生簿)」였던 것이다. 대형 비리의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 주변엔 출처불명의 각종 괴문서가 나돌았지만 이번처럼 괴문서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한보사태의 실체는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기 전부터 알만한 사람들은 대강 알 수 있었던 「공개된 비밀」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검찰수사는 「소문」에 따른 「뒷북」이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 괴문서는 지난 1월말경에 나돈 「속보―한보LIST〈대외비〉」라는 것으로 현역의원 18명의 명단을 담고 있다. 그 중 홍인길 권노갑의원과 金潤煥(김윤환) 徐錫宰(서석재) 金德龍(김덕룡·이상 신한국당) 金相賢(김상현·국민회의) 金龍煥(김용환·자민련)의원 등 7명이 「정태수리스트」와 부합했다. 2월초에 나돈 두번째 괴문서는 공교롭게도 14대 국회 관련자 16명과 15대 국회 관련자 17명 등 33명(7명은 중복)의 명단을 싣고 있다. 그러나 「정태수리스트」와 부합하는 것은 6명으로 첫번째 괴문서에는 없는 金正秀(김정수) 羅午淵(나오연) 盧承禹(노승우·이상 신한국당) 金元吉(김원길·국민회의)의원 등 4명이 이 괴문서에 등장했다. 그후 「한보뇌물 수뢰혐의자」 「신(新)한보리스트」 「검찰10인소환자명단」 「한보리스트 3백10명 중 정치인」등의 괴문서가 잇따랐다. 「정태수리스트」에 들어있는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과 김윤환 金命潤(김명윤) 河舜鳳(하순봉) 朴鍾雄(박종웅) 朴成範(박성범·이상 신한국당)의원과 文正秀(문정수)부산시장 黃明秀(황명수)전의원 羅雄培(나웅배)전경제부총리 등이 이들 괴문서에 등장했다. 한보사태로 구속되거나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현역의원 중 괴문서에서 거론되지 않은 사람은 盧基太(노기태) 韓昇洙(한승수·이상 신한국당) 金琫鎬(김봉호) 李錫玄(이석현·이상 국민회의) 金顯煜(김현욱·자민련) 李重載(이중재·민주당)의원 등 6명이다. 반대로 이들 괴문서에는 있으나 「정태수리스트」에는 없는 현역의원도 40여명에 이른다. 그 중 한사람인 K의원은 『실은 나도 작년 총선때 한보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받았으나 수서사건이 생각나 거절했다』며 『그때는 가볍게 생각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생사를 오락가락한 선택이었다』고 실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물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 이름도 괴문서에 나와 있다. 이들 괴문서의 출처에 대해서는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으나 주로 정치권과 검찰, 한보그룹 증권가 등이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어느 때보다도 적중률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음모설」이 강력히 제기되기도 했다. 괴문서에 거론된 정치인 중에는 정치적 상처를 주기 위한 「끼워넣기」의 성격이 짙은 「억울한 사람들」도 적지않아 보인다. 한보사태로 구속되거나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현역의원 24명은 신한국당 16명, 국민회의 5명, 자민련 2명, 민주당 1명으로 의석수순으로 돼 있다. 신한국당 소속 16명 중 김윤환 정재철 하순봉의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은 민주계에 속한다. 또 그 중 7명이 부산 경남지역 출신이다. 〈임채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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