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 대표 내기바둑 하룻밤 최고 46억 잃어

  • 입력 1997년 4월 24일 07시 57분


서울 종로학원 대표 丁庚鎭(정경진·67)씨가 평소 알고 지내는 기업체 대표 등 3명과 국내외를 오가며 내기바둑과 골프를 하다 하룻밤에 최고 46억원을 잃은 사실이 밝혀졌다. 정씨는 지난 95년 9월30일경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의 한 온천여관에서 金柄用(김병용·44·모아유통 대표)씨와 1회에 1백만∼5억원의 판돈을 걸고 내기바둑을 두다 46억원을 잃고 어음을 주었다가 그해 11월 김씨가 동원한 폭력배의 협박에 못이겨 3억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鮮于泳·선우영 부장검사)는 23일 국내외 골프장과 온천 등지를 돌아다니며 내기바둑과 골프를 한 김씨와 閔庚夏(민경하·78·한양실업 대표)씨를 상습도박혐의로 구속했다. 민씨는 지난 94년에도 내기골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었다. 검찰은 종로학원 대표 정씨의 경우 상습도박 전과가 없고 이들과 어울리다 함정에 빠져 거액을 잃고 폭력배로부터 협박까지 당한 점을 감안,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김양수씨(75)를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씨 등 3명이 도박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11월경으로 이들은 수도권 일원의 골프장에서 1라운드(18홀)당 최고 1억5천만원을 걸고 내기골프를 쳤다. 9홀당 5천만원을 걸고 18홀이 모두 끝난 뒤 최종승자가 5천만원을 추가로 받는 것. 정씨는 이들이 95년 3월 일본 후쿠오카의 한 골프장에서 1타에 1만엔(8만원)을 걸고 내기골프를 할 때 처음으로 끼어 든 이후 이들과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내기골프와 바둑을 했다. 골프에 식상한 이들은 승부가 빨리 나는 내기바둑을 벌였으며 95년 9월 벳푸시에서 정씨가 김병용씨와 1회에 1백만∼5억원을 걸고 내기바둑을 둬 불과 6시간만에 46억원을 잃은 것. 정씨와 김씨의 바둑실력은 2,3급정도. 이때 바둑을 두지 못하는 민씨는 김씨가 질 경우 돈을 대신 내고 이길 경우 돈을 나눠 갖는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 정씨는 검찰에서 『민씨는 7년 전부터, 김씨는 2년 전부터 우연히 만나 한달에 두세차례 내기골프나 바둑을 했으며 사기도박에 속아 거액을 털렸다』고 진술한 반면 김병용씨와 민씨는 『판돈이 크기는 했지만 정당한 내기였다』고 주장했다. 〈이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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